(종합시황) 자금시장 불안은 여전

by이정훈 기자
2000.06.19 19:26:50

시중자금 경색이 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하루였다. 금융당국이 다각적인 내용의 자금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는 채권시장을 제외하곤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 증권거래소 시장은 외국인의 선물매매 패턴에 직접적으로 좌우되며 소폭 하락했고, 코스닥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환시장에서도 안정화 대책발표와 증시 외국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5.8원이나 오른 112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금리지표는 유일하게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외평채 낙찰 가중평균금리는 9.01%까지 떨어져 5년물 금리의 9%대 붕괴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날 거래소 시장은 선물시장에 의해 좌우됐다. 그리고 선물시장은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는 양상이었다. 개장초 하락세를 이어가던 종합주가지수는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대규모 매수에 힘입어 지수관련주 중심으로 지수를 끌어올렸고, 이후 유입된 프로그램매수로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장 막판에 가까워 외국인이 2200계약 이상 전매와 신규매도로 나서면서 현물시장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종합주가지수는 결국 전일대비 3.66포인트 하락한 755.38로 끝났다. 대형주들의 하락 반전도 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선물시장 영향과 함께 개인들의 미수정리 매물도 장막판 매물출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종별로는 의복, 화학, 의약품, 1차금속, 철강, 종금주만 상승했다. 상승종목은 상한가 21개를 포함, 270개이며 하락종목은 하한가 4개를 포함해 모두 555개였다. 대형주중에는 외국인이 340억원 순매도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전자 등이 하락했고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이 상승했다. 은행, 건설, 증권 등 대중주들이 약세를 보였고 종금주는 정부차원에서 지원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으로 중앙, 한국, 아세아 등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크게 상승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49포인트 하락한 142.38포인트로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44개 등 141개에 불과했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17개 등 343개나 됐다. 이날 코스닥시장은 약세로 출발한 후 개인들의 매수세가 늘어나며 장중 내내 보합권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장마감 무렵인 오후 2시30분 이후 선물지수가 급락하자 종합주가지수가 밀리기 시작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팔자 물량이 쏟아졌다. 금융정책협의회가 대우관련 문제의 신속처리 등을 발표했으나 지난주에 알려진 것에 비해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27억원 순매도, 기관이 91억원의 순매수로 관망세를 유지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110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가운데 새롬기술, SBS, 동특을 제외한 전종목이 하락했다. 반면 의약분업과 관련 비트컴퓨터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38억원의 영상전화 공급계약을 맺은 씨앤에스와 반도체장비업체인 심텍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신규 등록종목인 나모 이오리스 코아정보 안국약품 옥션 등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달러/원 환율시장은 은행권이 달러 사들이기에 열중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6원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 16일보다 5.80원이나 높은 1122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 16일보다 80전 높은 1117원에 거래를 시작, 1119원까지 상승세를 이어간 뒤 1118.20원으로 오전거래를 마쳤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1119원대에 환율이 형성됐다는 소식과 함께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가 들어오고 은행들도 달러매수쪽으로 기운 결과였다. 오후들어 환율은 1118.10원에 거래를 재개한 이후 주가하락세 반전과 기업체 결제수요를 바탕으로 줄곧 오름세를 지속하며 1120원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두루넷 관련 달러수요가 2억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이 환율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1316억원 순매수해 이 요인만 보면 환율이 달러공급 증가를 예상하며 떨어져야 하는데 시장은 금융시장 불안감의 영향으로 오후 4시 이후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부분 금융불안에 따른 달러강세를 예상하며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채권시장은 유독 강세를 보이며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금리 추가하락 가능성까지 보여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높여줬다. 이날 시장에서는 정부의 자금시장안정 대책 후속조치와 5년물 외평채 입찰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장기채 금리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금리지표는 일제히 하락해 외평채 낙찰 가중평균금리가 9.01%로 나타남에 따라 5년물 금리의 9%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후들어 외평채 입찰을 앞두고 거래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형기관을 중심으로 시장참가자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하면서 5년물 외평채 8000억원에 대한 가중평균금리는 9.01%로 결정났다. 한국은행의 통안채 창구판매에서는 총 2200억원이 매출됐는데 182일물이 1200억원, 91일물이 1000억원 매출됐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주말보다 1bp 떨어진 8.70%, 5년물 국고채는 1bp 떨어진 9.04%를 기록했다. 또 2년물 통안채는 3bp 낮아진 8.70%, 3년물 회사채는 1bp 떨어진 9.77%로 마감됐다. CD, CP는 각각 7.18%, 7.47%로 각각 보합세로 마쳤다. 외평채 입찰금리가 9.01%로 끝났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지난주말 나타났던 오후 4시 이후 선네고 거래가 다시 등장했다. 2년물 통안채 경과물 호가가 8.67~8.68%로 장중대비 1bp정도 떨어진 것. 이에 대해 딜러들은 5년물 외평채 금리가 9%선을 하향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 역시 이날 외평채 입찰에서 “물량보다는 금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해 지난주말 나온 정부의 시장안정대책을 실제 금리로 구체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했다. 재경부는 이날 입찰금리의 분포가 9.00~9.02%의 좁은 범위로 수렴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회사채 시장의 안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다. 은행권이 부담해 설립하는 회사채 전용펀드의 실제 활동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시장참가자들이 회사채에 관심을 나타낼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눈치를 보다가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증권과 LG증권이 프라이머리 CBO 발행을 시도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회사채 발행길이 사실상 봉쇄된 기업들의 투자적격등급 채권과 일부 투기등급 채권을 모아 신용보강을 한 후 CBO로 판매한다는 것인데 정부가 회사채 부분보증제도를 실시함에 따라 이 같은 CBO 발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