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코인’ 사태의 진짜 교훈[김기동의 크립토 레이더]

by김영수 기자
2026.03.03 05:30:00

잇단 사고에 코인거래소 빈축
증시에서도 사고 심심찮아
관건은 실수 반복 막는 것
과도한 사후 제재 지양하고
예방적 내부통제 강화 필요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 변호사] 최근 디지털 자산 시장이 대형 사고로 휘청이고 있다. 지난 2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 보상 지급 중 실무자의 실수로 ‘장부상 코인’에 불과한 약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이용자 계정에 잘못 입력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 내 대량의 비트코인이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며 가격이 17%까지 폭락했다. 앞서 작년 11월에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약 580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탈취되는 해킹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70년 역사의 한국 레거시 금융 역시 크고 작은 사고를 겪어 왔다. 빗썸 사태와 같은 ‘팻 핑거(fat finger, 주문 실무)’ 사고는 증권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2018년 4월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담당자가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로 잘못 입력해 존재하지 않는 주식 28억주가 전산상으로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 일부 직원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해 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더 비극적인 사례도 있었다. 2013년 12월 발생한 ‘한맥투자증권 사태’다. 옵션 만기일 아침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에 이자율 값을 잘못 입력한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시장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단 143초 만에 46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중견 증권사였던 한맥투자증권은 자본금을 모두 날리고 파산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고들이 있었다고 주식시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제 고작 15년 남짓 된 디지털자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인간의 실수와 시스템 리스크를 어떻게 법과 제도로 통제할 것인가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반복되는 사고는 사후 제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2018년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은 증권회사 주식매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점검해 27개 개선 항목을 도출한 바 있다.

거액의 자산 이동 시 다수 책임자의 승인 단계를 거치게 하고 비정상적 거래 감지 시 즉각 시스템을 중단시키는 ‘다중 승인 및 킬 스위치’ 장치가 필요하다.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제도, 고객자산 도산 절연, 외부감사를 비롯한 독립적인 리스크관리 체계 구축 등 글로벌 규제 동향을 고려한 내부통제 모델 마련도 요구된다.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피해를 즉각 보전할 수 있는 책임보험 및 손해배상 준비금 규모를 현실화해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과 증권회사와 같이 장부상 자산과 실제 자산을 특정 시점에서 일치시키는 ‘완전한 마감’이 기술적으로 어렵다. 365일 24시간 거래가 지속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타고 외부에서 밀려 들어오는 ‘유입(입금)’을 일방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고도화된 통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해법은 내부통제를 선언이 아닌 법적 의무와 시스템 설계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바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자본시장법, 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과 같이 금융산업별로 존재하는 ‘업권법’이 이제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필요하게 됐다. 그래야만 법적 공백이 사라져 기업은 투명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소비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비현실적인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비용 증가와 시장의 비효율, 자본의 해외 유출만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약 700만명에서 800만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자산도 국민의 재산권으로 보호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빗썸과 업비트의 사고는 뼈아프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디지털 자산이 진정한 법적 재산권으로 인정받는 ‘제도화의 대전환기’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금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의 발전을 담아낼 법과 제도의 혁신이 시급하다.

■김기동 대표변호사=25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원전비리수사 단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중요 수사 부서 책임자를 도맡았다. 기업·금융 분야 로펌 로백스(LawVax)를 설립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융 전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