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1년만에 시정연설 ‘패싱’ 가능성…야당 “국민 앞에 나서라”

by윤정훈 기자
2024.11.03 18:15:06

시정연설 불참 가능성에 여야 갈등 심화
야당, 윤 대통령 시정연설 참석 촉구
대통령실, 기존 관례 깨고 尹 불참 가닥
여당 내에서도 시정연설 필요성 주장 제기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할 가능성이 커지자 야당은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시정연설 불참까지 이어지면 여야 간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참석한 소상공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예산안 연설은)국무총리가 대독하지 않을까 싶다”며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분위기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느냐.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서는 국무총리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정연설 불참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국회에 출석해 국가 살림살이에 대한 설명과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이후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매년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작년까지 11년 연속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취임 1·2년차에는 직접 참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정쟁을 피하기 위해서 대통령실은 기존 관례를 깨려는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시정연설에 참석해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을 멀리 하지 말고 4일 잡힌 시정연설에 꼭 참석해 달라”며 “국민의 대표 앞에서 나라 예산을 어떻게 이끌지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책임을 더 미루지 말고 명 씨(녹취록 등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것) 뿐 아니라 모든 의혹들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도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국회와의 갈등이 걱정된다면 현장에서 대화로 푸는 것이 정도이고, 대통령실을 둘러싼 의혹들이 마음에 걸린다면 국민 앞에 털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산적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백날 도망쳐도 그곳에 낙원은 없다”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 전 의원은 “김 여사 문제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어떻게 대한민국이 김 여사 한 사람 때문에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느냐”며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물론 중요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지율 폭락이 위기의 시작이었다”며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검사 윤석열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에 따르시기를 바란다”고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