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에도 中 디플레 여전, 이달말 재정 지출 규모 결정한다

by이명철 기자
2024.10.13 17:01:09

9월 CPI 0.4% 올라 시장 예상치 하회, 0%대 저물가 지속
유동성 공급+투자계획 발표+지방정부 지원 등 대책 이어져
내수 살리기 위한 정부 지출 관건, 전인대 상무위 관심 커져

[그래픽=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국경절 연휴 전후 잇따라 부양책을 내놨다. 하지만 중국 내 소비자 물가가 여전히 낮은 성장세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내수를 살리는 방안으로 재정 투입을 예고한 만큼 이달 말 구체적인 부양책이 추가로 나올지 관심을 모은다.

하반기 들어 중국 주요 경제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3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4% 올랐다.

중국 CPI는 지난 2월 이후 8개월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0%대 낮은 상승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상승폭도 시장 예상치인 0.7%를 밑돌았다.

지난달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대비 2.8% 떨어져 2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생산자가 공급하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말하는 PPI가 하락한다는 것은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춘절 연휴가 있던 올해 초만 해도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각각 4.5%, 2.1% 증가해 시장 예상치(4.8%, 2.5%)를 밑돌았다. 중국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활동과 소비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에선 오는 14일 수출액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에서 예상한 전년동월대비 증가폭은 6.0%로 전월(8.7%)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거나 인상할 계획이어서 무역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진 이유는 부동산 침체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8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0.2%나 하락했다. 8월 70대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5.3% 떨어져 9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집값이 떨어져 주택 거래가 줄어드니 가전제품 등 소비재 수요가 줄고 대출금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주택 소유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건물 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


3분기가 지나도 중국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급해진 정부는 잇단 대책을 내놨다. 시중에 유동성을 풀어 소비 수요를 자극하고 정부 지출을 통해 부동산 회복을 모색함으로써 연간 5% 안팎의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 정책금리 인하,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같은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지준율 인하에 따른 시중 유동성 공급과 연간 주담대 이자비용 절감 효과는 1조1500억위안(약 220조원)에 달한다.

지난 8일과 12일에는 각각 2000억위안(약 3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2조7000억위안(약 516조원)짜리 지방정부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한 달도 안돼 총 4조위안(약 765조위안)이 넘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인민은행 발표 이후 중화권 중시는 급등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여러 차례 부양책이 발표되면서 오히려 실망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 기대한 특별국채 발행 같은 구체적인 신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새 재정 부양책에 최대 2조위안(약 38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대책은) 중국이 경제 전반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지방정부 특별채권 사용 같은 방안은 단기적인 부양책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달말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로 쏠릴 전망이다. 란푸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전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특별국채 발행 규모 등에 대해 법적 절차를 거쳐 적시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달말 회의에서 후속 조치가 나올지 주목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산안 수정 승인 권한을 가진 상무위가 회의를 열고 경기부양책을 승인한 후인 이달 말에나 구체적인 수치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