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항마, '신삼김'으로 떠오른 김동연의 SWOT

by황영민 기자
2024.09.14 15:18:36

흙수저 성공신화, 경제전문가 이미지 '강점'
상대적으로 빈약한 조직력과 지지기반은 '약점'
李 일극체제 피로감, 대안세력 갈증은 '기회'
풀리지 않는 도정현안, 도의회와 불협화음 '위협'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존재감이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일극체제를 공고히 한 이재명 대표의 대안세력을 원하는 이들로부터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신삼김(新三金)’으로 호명되면서다.

지난달 31일 오후 봉하마을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특별대담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에 참석해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김 지사는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 앞서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 때 반대 목소리를 내며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에 대해서도 “어렵고 힘든 계층에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적”이라며 선별지급을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채상병 특검법, 의정갈등, 광복절 논란 등 숱한 의제에 빠짐없이 목소리를 내왔고 최근 노무현재단 초청 포럼에 참석해서는 “경기도가 지금 윤석열 정부의 망명정부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고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전해철 전 의원 등 친노·친문 인사들을 경기도 주요 직책에 위촉 또는 임명하면서 제3지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내치(內治)에서도 김 지사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김 지사는 리얼미터의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7월과 8월 2달 연속 1위를 차지한 데다, 경기도민 주민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도 2달 연속 1위를 기록했다. 100조원 이상 투자유치 추진, 분야별 기회소득, 경기 RE100 등 김 지사만의 시그니쳐 정책들이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며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기치로 정치에 뛰어들어 대권주자로 부상한 정치인 김동연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기(Threat)를 분석해 본다.

김동연 지사의 강점은 청계천 판자촌 출신에 상고와 야간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정통 경제관료로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한 성공신화가 대표적이다.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김 지사는 야간대학인 국제대(현 서경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1983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봉하마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배우자인 정우영 여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사진=경기도)
노무현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에 근무하던 그는 국내 최초로 경제와 복지 동반성장을 제시한 ‘국가비전2030’ 실무를 총괄했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 재정경제·경제금융·국정과제비서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때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발탁되며 공직 최고점을 찍었다. 보수·진보 정권에서 모두 중용된 경제통이다.

이 같은 그의 성공신화는 ‘노사모’라는 대한민국 정치사 최초 팬덤을 형성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개딸’이라는 막강한 지지세력을 등에 업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일생과도 일정부분 궤를 같이한다. 김 지사도 현재 ‘동고동락’이라는 팬클럽이 만들어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약점은 경쟁상대들에 비해 뿌리가 깊지 않은 조직력과 지지기반이다. 현재 김 지사를 보좌하는 인물들은 크게 그가 대권 도전 당시 창당했던 새로운물결부터 함께 한 세력과 도지사 취임 이후 합류한 비명계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치에 뛰어든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보니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이재명 대표와 비교했을 때 조직력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 대표의 경우 성남시장 8년간 함께 해 온 ‘결사체’에 가까운 측근들과 팬덤을 중심으로 외연을 꾸준히 확장, 경기도지사 때 이미 전국적인 조직을 꾸린 바 있다.



당내 지지기반 확장도 김 지사의 숙제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재차 입증된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 아래서 이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 지사와 뜻을 함께할 원내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재명 일극체제가 김 지사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27년 대선까지 2년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인 독주체제가 지속될수록 당 안팎의 피로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진보 대권주자 중 이 대표와 다른 소수의견을 꾸준히 내는 인물은 김동연 지사가 유일하다.

지난달 26일 오후 집무실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에서 모두 중용된 이력도 대안세력으로서 김동연 지사에게는 큰 기회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김 지사는 올해 들어 DJ 관련 각종 행사 참여는 물론 7월에는 전남 신안군 소재 김대중 생가 방문, 8월에는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서거 15주기 추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강금실, 전해철 등 친노·친문인사들이 경기도로 모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 시그널이다. 지난 총선 때 ‘비명(비 이재명)횡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했기에 향후 원외 인사들이 추가 결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친문계 대표인사 전해철 전 의원은 도정자문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김 지사에 대한 정치적 후원 의사를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는 추석 연휴가 끝난 오는 19일 광주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다.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연이어 좋은 기록을 내고 있지만, 도정 곳곳에서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CJ라이브시티와 협약 해제가 완료된 K-컬쳐밸리는 사업 무산을 우려하는 고양시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평화누리특별도’ 논란 이후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 지난 총선에서 대두된 ‘서울편입론’으로 일부 지자체가 반대하는 데다, 정부 역시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절차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불협화음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에는 김 지사 정무라인 의회 출석을 놓고 대립각이 펼쳐졌으며, 민주당 출신인 김진경 의장(시흥3)마저도 언론 인터뷰에서 “집행부와 의회 간 소통이 전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도정 주요과제를 풀어감에 있어 의회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민주당마저도 지방선거 공천권이 이재명 대표 손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일 오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경기도의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인구 1366만명의 최대 광역단체임에도 이인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등 전 지사들이 모두 실패를 겪은 경기도의 별칭은 ‘대권무덤’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호남과 영남 등 외부 유입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탓에 경기도민이라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광역자치단체 평가는 지난 7월 27일부터 7월 30일,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3600명(광역단체별 8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걸기(RDD) 자동응답전화 방식을 이용해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광역단체별로는 ±3.5%포인트)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