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까지 인수?…K팝의 모든 길, 하이브로 통하나

by김현식 기자
2023.02.12 20:01:00

양사, 톱100 음반 판매량 중 절반 이상 차지
절대 1강 ‘K팝 대제국’ 탄생 여부 관심
“쏠림 심화” 우려·“K팝 위상 확대” 기대 공존

BTS(사진=하이브)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K팝 대제국’이 탄생하게 될까. 하이브가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총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전격 체결하면서 K팝 업계가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서게 됐다. 하이브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도 공개 매수해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와 손을 맞잡았던 SM 경영진이 하이브의 최대주주 등극을 반대하고 나선 점은 변수다. 이 가운데 하이브가 SM 최대 주주에 오르며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하게 될지 주목된다. 그렇게 될 경우 하이브가 ‘K팝의 모든 길은 하이브로 통한다’는 말이 가능해질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게 되는 만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이브는 이미 빅히트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쏘스뮤직, 빌리프랩 등을 레이블로 두고 있다. K팝 최강자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 지코 등 여러 인기 아티스트들이 하이브 소속이다. SM의 아티스트 라인업 또한 면면이 화려하다. NCT, 엑소, 레드벨벳,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에스파 등 K팝 아이돌 하면 떠오르는 주요 아티스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하이브는 SM까지 품을 경우 K팝 음반 시장에서 적수가 없는 1강으로 군림하게 된다. 12일 이데일리가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의 2022년 연간 앨범차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0위 안에 든 음반의 총 판매량은 6047만6914장이었다. 이중 각각 하이브와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 합은 1969만4779장(32.5%)과 1327만4889장(22%)이다. 두 회사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 총합은 3296만9668장(54.5%)으로 지난해 K팝 톱100 음반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SM 아티스트들까지 하이브 라인업에 포함될 경우 향후 K팝 음반 시장 경쟁 구도는 하이브 대 나머지 기획사들의 싸움이 되는 셈이 된다. 이에 더해 하이브는 절대적 음반 파워뿐만 아니라 SM이 지난 26년간 축적해온 ‘K팝 헤리티지’를 단번에 흡수하며 역사와 정통성까지 갖춘 기획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K팝 시장의 근간을 닦은 1~2세대 대표 아티스트들은 고속성장을 통해 몸집을 키운 하이브가 보유하지 못하고 있던 자산이다.



뉴진스(사진=하이브)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사진=SM엔터테인먼트)
타 기획사들 입장에선 달가울 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지나친 ‘하이브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는 “아무래도 중소기획사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거대 자본과 손잡지 않은 기획사들에 속한 아티스트들이 외면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K팝이 그들만의 것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빅딜’ 발표 이후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SM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하이브의 SM 인수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당장 두 사람이 특정 아티스트나 음악을 공동으로 프로듀싱하는 그림은 펼쳐지지 않는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 복귀설이 제기되자 “근거 없는 추측”이라면서 그가 향후 3년간 SM 임직원을 고용하거나 SM 아티스트와 프로듀싱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업 금지 및 유인 금지’ 사항을 공개했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를 재등판시킬 수 없는 상황 속 하이브가 인수 성공 이후 경영권 분쟁 여파로 뒤숭숭해진 SM 내부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해낼지도 주목 포인트다. 업계 일각에선 해외 시장 공략 역량 및 노하우를 갖춘 양사가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을 한층 더 높여주길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방시혁 의장은 “(기존 SM 시스템에)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회사끼리 만난 것이기에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준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동안 상호 경쟁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측면도 있기에 한 배를 타게 되더라도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과 색깔을 지켜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