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180도 태세전환에 너도나도 '코밍아웃’[중국은 지금]
by김윤지 기자
2022.12.11 15:16:36
유명인들 코로나 감염 경험 SNS 공유
방역 완화에 코로나 인식 달라져
현장 혼란 여전…"中의료 체제 시험대"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코로나19 감염을 직접 느껴본 결과 감기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다.”
| 류창둥 징둥그룹 회장(왼쪽)과 왕스 전 완커 회장 SNS(사진=웨이보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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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그룹의 류창둥 회장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코로나19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처럼 감염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감염에 취약한 노인에게 의료 자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징둥 직원의 건강을 위해 코로나19 핫라인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차이징 웨이보에 게재된 해당 게시물은 공개 24시간 만에 3억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얻었다.
중국 당국이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내 인식이 이제야 달라지고 있다. 류창둥에 앞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그룹의 창업주인 왕스 전 회장, 배우 부부인 장신이·위안홍 등도 웨이보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완치된 경험을 알리면서 자신을 포함해 주변인들이 경증이거나 무증상이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을 쉬쉬하던 분위기가 불과 1주일 만에 일반인은 물론 유명인까지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SNS에 공개할 만큼 크게 변한 것이다.
지난 7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자가격리 허용·핵산(PCR) 검사 최소화 등을 포함하는 10가지 방역 개선 조치의 영향이 컸다. 최근까지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어도 밀접 접촉자까지 집단 격리 시설인 ‘팡창(方艙)’에서 관리됐다. 임시 시설인 팡창의 열악한 환경 탓에 중국인들은 코로나19 감염 보다 팡창에 가는 것을 더 경계했다. 하지만 방역 완화로 베이징에선 10명 단위의 PCR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도 확진자를 찾아내는 재검사를 강제하지 않고 개인의 선택에 맡긴 데다 이제 자가 격리까지 가능해졌다. 중국 방역 총책임자인 쑨춘란 부총리를 비롯해 관영 언론이 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낮은 치명률을 연일 강조하는 등 중국 당국의 선전도 한 몫했다.
| 베이징 한 약국 앞에 줄을 선 손님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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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장에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베이징에선 일부 쇼핑몰·사무용 빌딩·식당 등이 여전히 특정 시간 내 PCR 음성 결과를 요구하지만, PCR 검사 최소화로 PCR 검사소는 줄어든 데다 결과 반영 속도도 크게 느려져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쇼핑몰이나 식당, 소매점 등도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 급증으로 이전과 같은 정상 영업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사재기 자제 권고에도 중의학에서 독감 치료제로 사용되는 롄화칭원과 신속 항원 검사 키트는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아가 중국의 의료 체제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제 방역의 초점이 지역 사회 감염에서 고령층 백신 접종률 가속화를 통한 중증 환자 대응으로 전환됐으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쟈오야후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의료국장은 지난 9일 방역 브리핑에서 밝힌 중국 내 중환자 병상 수는 총 13만8100개로, 14억명의 중국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인구 10만명당 10개 수준이다. 현재까지 중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5000명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중국에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사망률을 피할 수 있을지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