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정점' 약속 지킨 秋…국제유가 여전히 '뇌관'(종합)

by조용석 기자
2022.09.02 10:09:09

8월 소비자물가지수…전년比 5.7%, 6%대 탈출
2000년 이후 첫 전월比 하락…근원물가 오름세 둔화
유가 하락 덕 물가상승 둔화…신선식품지수는 상승세 ''여전''
"OPCE+ 감산가능성…물가 정점 지났다고 단정 여려워"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8월 소비자물가가 3개월 만에 5%대로 떨어지면서거 거침없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가 공언했던 ‘물가 6.3% 정점’도 지켜지는 모양새다. 다만 8월 물가 진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국제유가는 여전히 변동 가능성을 품고 있어 추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즉석조리식품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5.7% 올랐다. 6월과 7월 각각 6.0%, 6.3%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전년대비 6%대 상승률을 보였던 소비자물가가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온 것이다.

이는 전월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2000년 11월 이후 21개월 만의 하락이다. 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역시 전년동월대비 4.4% 상승하면서 전월(4.5%)에 오름세가 소폭 둔화됐다.

앞서 재정당국 수장인 추 부총리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지난달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6.3%가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는 지난달 한 라디오방송에서 “6.3% 언저리가 거의 정점에 가깝고, 현재로선 시간이 지나며 안정되고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대외변수가 있어 딱 부러지게 말할 순 없지만 추석이 고비다. 고비를 넘기면 물가가 지금보다는 조금씩 안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를 잡기 위해 역대 최대규모의 할인쿠폰(650억원 규모)을 배포하고, 농축수산물 방출·긴급수입 등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추 부총리 역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 안정에 총력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통계청)


다만 8월 물가 진정세는 가파르게 치솟던 국제유가 하락이 따른 영향이 크다.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13달러(6월)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7월 130달러, 8월 97달러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품목성질별에서 석유류 지수는 전월대비 10% 하락했다. 석유류가 전월대비 10% 하락한 것은 1998년 3월 이후 15.1% 하락한 이후 최대치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이번달 기여도 0.9 되는데 지난달이 1.59였다”며 “거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전월 상승폭 대비)0.6%포인트 하락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지출목적별 분류에서 전월대비 유일하게 하락한 교통(-4.9%)의 경우도 석유류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 교통 물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휘발유 및 경유와 같은 석유류 제품이기 때문이다.

또 8월 생활물가지수(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많이 구입하는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도 휘발유와 경유 등 식품 이외 가격의 오름세 둔화로 전년동월대비 6.8% 상승, 7월(7.9%) 대비 상승폭이 1.1%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집중 호우 등 기후 악화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신선채소 및 과실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년동월대비 14.9%로 7월 전년동월대비 상승폭(13.0%)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신선식품지수는 2021년 3월 1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개인서비스 역시 여름 성수기 수요증가로 외식 오름세가 소폭확대됐다.

다만 물가 진정세에는 밥상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던 축산물의 안정화도 영향을 미쳤다. 축산물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7%로 상승, 7월(6.5%) 대비 상승폭이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6~7월 할당관세 적용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 국회기자단)


8월 이후 계속 물가가 안정세를 이어갈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물가 안정세가 국제유가 하락에 기인하고 있으나, 현재 산유국 협의체에서 감산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 심의관은 “최근들어 오펙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가 감산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 물가가 정점을 지났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