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년 맞는 구현모…플랫폼 빅딜 저력, 네트워크는 숙제

by김현아 기자
2022.01.23 16:25:17

글로벌 증시 악재 속에서도 KT 코스피 주간 기관 순매수 1위기록
취임당시 주가 1만 9700원→21일 종가 3만1750원
신한과 8750억 규모 핀테크 혈맹..NTT도코모 지분 오버행 이슈도 해결
1000만원 약식명령 마무리..네트워크 인력 소외감 챙겨야
21일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불참은 아쉬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구현모 KT 대표


구현모 KT 대표이사(CEO)가 3월 30일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임기가 2023년 주주총회까지이니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KT(030200) 주가는 구 대표 취임일인 2020년 3월 30일 1만 9700원에서 지난 21일 종가 기준 3만 1750원까지 약 61.16%가 올랐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지만, KT는 지난주 ‘코스피 주간 기관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KT의 주가가 나름 선방(?)하는 이유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 덕분이다. 특히 새해 들어 신한은행과 체결한 8750억 원 규모의 핀테크 혈맹은 구 대표의 뚝심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공지능(AI)·메타버스·블록체인 같은 신기술들을 함께 펼칠 플랫폼 파트너로 금융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신한과 손잡으면서, 동시에 골칫거리였던 NTT도코모 지분의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 이슈를 해결한 것이다.

일본 통신규제 환경 변화로 NTT도코모는 KT 지분 5.46%를 매각해야 했는데 이를 신한이 사들였고, KT는 신한지주 지분 2.08%를 취득했다. 당장 구체적인 시너지는 보이지 않으나 그의 말대로 디지털 플랫폼은 앞으로 10년 대세 시장이어서, 지금 KT와 신한이 공조하는 23개 프로젝트가 머지않아 KT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취임 이전부터 괴롭혔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도 법적으로 클리어해졌다. 지난 20일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이다. 벌금형은 거취에 영향이 없다. KT의 CEO 경영계약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된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1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을 경우에만 이사회가 사임을 권고하게 돼 있다.

구 대표에게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유무선 네트워크 회사로서 안정적이고 품질 좋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구 대표 역시 신년사에서 “최우선으로 당부 드리는 것은 ‘통신인프라의 안정과 안전”이라며 “텔코(통신)사업의 본질에 충실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당당하고 단단한 성장을 이루자”고 했지만, AI나 로봇 같은 신기술에 비해 네트워크 쪽은 소외당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런 생각들이 바뀌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지난 21일 코로나로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구 대표는 불참했다. 먼저 잡힌 다른 일정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인데 언뜻 이해 가지 않는다. KT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기 전인 2020년 1월 신년인사회때도 내정자 신분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불과 1시간도 안 걸리는 행사의 참석 여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볼 수도 있지만, 대선 이후 불어닥칠 KT를 겨냥한 정치권의 외풍을 상상해보면, KT의 CEO는 더 자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