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FTA, 車부품 등 공산품 수출↑..농축산 피해 불가피

by방성훈 기자
2014.11.15 18:28:25

96% 이상 높은 수준 상품 자유화..농수산 피해 불가피
기본 관세 낮아 비상품 부문 혜택 확보해 '이익균형'
워킹홀리데이 여건 개선 ..韓 농촌 청소년 어학연수 지원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과 뉴질랜드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타결되면서 뉴질랜드에 수출하는 국내 공산품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96%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 상품 자유화에 합의했다. 뉴질랜드 측은 수입액 기준 92%에 해당하는 품목 전부를 7년 이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우리 측은 수입액 기준 48.3%를 즉시, 96.4%를 15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뉴질랜드 측이 그간 다수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점을 감안해 우리 기업들이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뉴질랜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이상의 높은 구매력을 가진 중견 선진국인 만큼, 우리 제품의 뉴질랜드 수출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타이어(관세 5~12.5%)의 경우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5%) 대부분도 3년 안으로 관세가 없어져 중국산 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승용차는 이미 무관세 상태다.

기계·전자는 우리 주요 수출품인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건설중장비 등의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세탁기(5%)는 즉시철폐, 냉장고(5%)와 건설중장비(5%)는 3년 후 관세가 철폐된다.

피해가 예상되는 농림수산물의 경우 쌀, 천연꿀, 사과·배 등 과실, 고추, 마늘 등 199개 주요 민감품목이 양허에서 제외됐다. 쇠고기를 포함한 여타 민감 농림수산물은 관세철폐 기간을 최대한 늦췄으며, 뉴질랜드 최대 수출품인 탈전지분유는 무관세 수입물량의 범위를 한정했다.

이외에도 농산물세이프가드, 계절관세, 저율관세할당(TRQ), 부분관세감축 등 다양한 예외적 수단을 확보해 국내 피해를 최소화시켰다는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외의 낙농제품과 육류, 가공제품 등은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한ㆍ뉴질랜드 FTA에 따른 농가 피해가 한·호주, 한·캐나다 FTA와도 비슷한 성질의 것인 만큼 종합적인 농가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뉴질랜드가 수입하는 공산품의 기존 관세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FTA 협상시 상품 이외의 부분에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밝혔다.



서비스·투자 분야는 양국이 이미 체결한 FTA를 기초로 시장을 개방하되, 일부 민감한 분야에서 개방수준을 조절키로 했다.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규정하고, 뉴질랜드의 국내 사전투자심사 기준금액을 2000만 뉴불 이하에서 5000만 뉴불로 상향 조정했다.

즉 국내 기업이 뉴질랜드에 투자를 할 때 5000만 뉴불 이하면 사전투자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ISD를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5000만 뉴불 초과시엔 사전투자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를 통과했는 때만 향후 ISD를 통해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양국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다른 FTA와 마찬가지로 한국산으로 인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역외가공지역위원회 설립도 합의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수준으로 중앙정부 조달시장(BOT 포함)을 상호개방키로 했다. 즉 중앙정부 조달금액이 GPA 수준 이상이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투자 또는 입찰 기회를 주도록 했다는 의미다. 여기엔 민간투자자가 일정 기간 건설·운영하다 기간 종료 후 정부에 기부하는 수익형 민자사업도 포함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뉴질랜드가 공산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나라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미 무관세 상태이며, 관세 자체가 높지 않다”며 “낮은 관세 대신 이익균형을 맞추다 보니, 협력이나 인력 부분 쪽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워킹홀리데이 연간 허용인원이 기존 18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어나고, 워킹홀리데이 기간중 허용되는 어학·교육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된다. 특히 워킹홀리데이 취지가 공부와 일을 병행한다는 점을 감안해 그동안 동일한 고용주에게 3개월 이상 근무를 금지시켰던 고용기한제한을 폐지시켰다.

또 숙련노동자의 일시작 근로 입국을 허용하는 일시고용입국 쿼터를 연 200명을 확보했다. 즉 일시고용입국 비자가 따로 생겼다는 뜻이다. 인정분야는 한국인특정 부문에서 한국어 강사, 태권도 강사, 한국인 가이드, 한의사 등 4종이다. 전문직종 부문에선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생명공학자, 산림과학자, 수의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등 6종이다.

농업 등 분야에서 교육 및 훈련을 병행하는 농축수산업 훈련비자도 연 50명 쿼터가 확보됐다.

협력 부문에선 우리 농어촌 청소년들에게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 기회를 제공(연간 150명, 8주 간)하는 교류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재원은 양국이 공동으로 부담하며, 선발 대상 등 사업추진은 교육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양국의 시청각 공동제작물에 대해 영화제작 및 후반 제작시 재정지원, 국제배급 지원, 세제혜택 등 국내 제작물과 동일한 혜택을 부여키로 합의했다. 향후 우리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프로그램 등이 뉴질랜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