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자금난 돌파구 마련 고심..하루 이자 `82억`
by문영재 기자
2009.12.24 11:19:58
잉여사옥 매각 29일 재입찰..성사여부 미지수
정부보증 없이는 채권발행도 불투명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0억원대의 잉여사옥 매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금융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H는 급기야 주민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규 택지개발사업의 땅값 보상을 현금대신 채권으로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LH는 지난 10월1일 111조9000억원(금융부채 76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통합 출범했다.
재무진단용역 결과 향후 전망을 보더라도 LH의 내년 부채규모는 128조원, 2011년 151조원, 2012년 171조3000억원 등 해마다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금융부채비율은 무려 419%에 달한다.
LH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재무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전사적인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자구노력의 일환인 잉여사옥 공개매각은 난항을 겪고있다. LH는 지난 8일 옛 토공 서울 대치사옥을 비롯해 주공 부산 개금사옥 등 10곳의 사옥매각 입찰을 받았지만 단 한 곳도 접수되지 않았다. 감정평가액이 비쌌기 때문이다. LH는 오는 29일 재입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매각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LH는 또 현재 사업조정심의실을 가동, 전체 개발사업을 전면 재평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금유동성에 맞게 개발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현금보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채권보상도 늘릴 계획이다.
| ▲ LH 향후 재무 전망치(단위 : 조원, %) |
|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확충도 애를 먹고 있다. LH는 당초 올해 2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내년 이후에는 매년 10조~20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통합 후 대규모 부채를 떠안은 LH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LH는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첫 채권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 부족으로 유찰된 전력도 갖고 있다.
LH는 임대주택과 혁신도시 건설 등 국책사업으로 막대한 빚을 떠안으면서 기존사업을 유지한채 신규 사업을 벌일 경우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올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이에 따라 LH는 기획재정부에 채권에 대한 정부보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정부는 다른 기관들과의 형평성 문제, 도덕적 해이에 따른 방만 경영 등의 문제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 보증이 없을 경우 채권 발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LH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자금흐름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LH가 재무개선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현 상태로 계속 갈 경우 금융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LH의 내년 금융부채 규모는 95조5000억원에서 2012년 135조1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14년에는 15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금융부채만을 고려한 것이고 비금융부채를 포함하면 LH 부채는 지난 9월 말 현재 110조원을 넘어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지난 16일 조세소위원회에서 "LH의 금융부채규모가 86조원에 달해 하루에 이자만 82억원이 지출되는 등 갈수록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성식 LH부사장은 "재무사정이 악화돼 부득이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회사채를 20조원 가량 발행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회사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