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으려던 美 은행株 `움찔`..비관론 vs 낙관론 ''팽팽''
by김윤경 기자
2009.04.07 10:38:18
유명 애널리스트 마요 "은행株 팔거나 비중 줄여라"
모기지·신용카드 등 `문제`..대출손실률 대공황때보다 높아질듯
휘트니 "은행 대출손실 불가피"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정부가 은행 부실자산 해소안을 구체화하고, 은행들도 올들어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히면서, 최근 은행 업종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그러나 비관적인 견해도 여전하다. 특히 6일(현지시간) 미국 은행 부실을 경고한 것으로 유명한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강도 높은 비관론을 펼쳤고, 이에 따라 뉴욕 증시는 은행주 중심으로 나흘 만에 하락 반전하고 말았다.
숨가쁜 오름세를 정리하고 갈 타이밍이기도 했지만, 은행주에 드리운 우울한 견해는 쉽게 떨치기 어려운 것들이다. 정부의 부실 해소책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경기가 회복되는 지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할 때까지 이런 비관론의 불씨는 아마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도이체방크에서 CLSA 산하 칼리온 증권(CSI)로 자리를 옮긴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이적 후 첫 타(打)도 비관론으로 열었다.
1999년 CSFB에 몸담던 시절 은행주를 팔라는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업계 주목을 끌기 시작한 마요 애널리스트는 이후 변치않는 비관론을 펼쳐왔다. `족집게` 월가 애널들 `이적(移籍)의 시즌`
마요 애널리스트는 이날 미 11개 대형 은행에 대한 첫 보고서에서 이들 주식을 팔거나(sell)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underperform) 밝혔다. 현재의 금융 위기로 인한 대출 손실은 대공황 때 수준을 넘어서고 말 것이며, 정부가 결국 대형 은행을 국유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팔라고 한 종목은 BB&T와 피프스 써드 뱅코프, 키코프, 썬트러스트, PNC 파이낸셜 서비시스 등 지역 은행이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 등에 대해선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마요 애널리스트는 미 은행들의 대출 손실률은 내년 말까지 현재의 2%에서 3.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934년 대출 손실률이 정점을 이뤘던 3.4%보다 높은 것이다. 그는 심지어 손실률이 내년 중에 최고 5.5%에도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기지 문제가 계속되고 있고, 신용카드, 소비자 대출, 건설 및 상업용 부동산과 기업에 대한 대출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7가지 치명적인 원죄`도 거명했다. ▲ 부동산에 대한 폭식(gluttony) ▲대출 성장에 대한 탐욕(greed) ▲고수익에 대한 욕망(lust) ▲리스크 관리에 대한 태만(sloth) ▲규제에 대한 분노(wrath) ▲신종 수수료에 대한 시기(envy) ▲레버리지에 대한 오만(pride) 등이 그것이다.
역시 비관론을 견지해 온 것으로 유명한 메리디스 휘트니는 포브스의 `인텔리전스 인베스팅`, CNBC와 모두 인터뷰를 갖고 은행 업계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래도 마요 애널리스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낫다.
최근 메리디스 휘트니 어드바이저리 그룹을 세워 최고경영자(CEO)가 된 휘트니는 "은행주를 피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현금 운영이나 롤오버 측면에선 잘해 왔지만, 손익을 현금과 무관하게 발생주의에 의거해 계산하게 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은행들은 주택 가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떨어지면 모기지 자산 상각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8%대에 달한 실업률도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대출 손실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CNBC와의 인터뷰서도 주택 가격이 더 떨어져 궁극적으로 정점대비 50%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은행들은 1분기에 대출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에만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재무부의 재무건전성 테스트(Stress Test)는 종료될 때까지 은행주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내년 중반까지는 숲을 빠져나오지 못하겠지만 다만 그것이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란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또 다른 유명 애널리스트로 역시 최근에 자리를 옮긴 리차드 보브는 낙관론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리차드 보브는 리서치회사인 라덴버그 탈먼에서 인디맥 영업정지 이틀 뒤 `다음은 누구(Who is next)`란 보고서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보브는 최근 규모가 좀 더 작은 부티크 로슈데일 증권으로 옮겼다.
보브 애널리스트는 이날 "BoA 주식은 마침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면서 `매수(Buy)`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가 수 개월 후 강세를 보이게 될 것이며, 규모가 큰 BoA는 이를 거울처럼 반영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케네스 루이스 CEO를 믿는다"고 말했다. 루이스 CEO는 최근 BoA가 2011년까지 세후 300억달러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BoA 주가는 마요 애널리스트의 강공 때문에 1.6% 하락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