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규제, 반발 야기…적정 처리 역량부터 정해야”

by이영민 기자
2026.01.21 06:05:03

[수도권 직매립금지 후폭풍]③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순환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값싼 단순 매립·소각 의존 처리가 갈등 촉발
처리 절차·운영상 신뢰 쌓아 주민 설득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했다. 제주도의 폐기물처리 기본계획 수립과 서울시의 폐기물처리시설 확충 공론화 사업에 참여한 그는 직매립 금지 시행 후 값싼 쓰레기 처리가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매립은 쓰레기를 가장 싸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처리과정에서 주변에 미치는 환경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누가 얼마나 책임지고 어디까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빠진 채 시설 논의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지방정부 모두 어떤 원칙으로 어느 정도까지 누가 부담할지를 먼저 설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을 대조적 사례로 소개했다. EU는 국가 간 폐기물 이동이 가능하지만 매립세·소각세·처리부담금 등 비용과 규제가 강하게 작동한다. 폐기물을 멀리 보내는 선택은 비싼 값을 치러야 해서 각국은 폐기물을 분류한 뒤 재활용해 총량부터 줄이고 남은 쓰레기를 다른 나라와 거래한다. 반면 우리의 경우 오랫동안 매립에 의존해 수도권은 배출자, 인천·비수도권은 처리자인 비대칭 구조가 굳어졌다. 쓰레기를 줄일 대책과 책임 분배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또 민간 위탁이나 소각에 기대어 갈등이 계속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적정 처리역량 설정과 발생지 책임 및 광역조정의 동시 설계라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소각장은 부족하면 위기지만 넘치면 재활용이 위축될 수 있다. ‘얼마나 짓느냐’보다 ‘얼마가 적정한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발생지 책임만 강조하면 현실적 한계에 막히고 광역 단위의 처리만 강조하면 지역 반발이 커진다. 둘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에는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 전 △광역 소각·재활용 역량 배치 △지역 간 이동 규칙 △비상상황 대응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립지 축소로 생기는 쓰레기 이동을 원활히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갈등에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절차적 신뢰 회복’을 핵심으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지역 외로 이동이 필요한 규모 뿐만 아니라 폐기물 감축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지역간 감정적 갈등이 생긴다”며 “폐기물 이동에 따른 보상만으로는 안된다. 절차와 운영상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직매립 금지를 폐기물 처리체계를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매립 금지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중앙·지방정부가 감량·재활용 확대, 소각 적정용량 관리, 공론화·정보 공개·감시체계를 패키지로 가져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30년에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