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SK에코플랜트, ‘K-부유체’ 공동개발…해상풍력 시장 공략
by박순엽 기자
2023.03.08 10:01:22
부유식 해상풍력 핵심 구조물 ‘부유체’ AIP 받아
국내 산학 기술 설계…포스코 성능향상강재 적용
SK에코플랜트 참여한 동남해안 프로젝트에 설치
“신재생에너지 철강 수요 선점과 강재 개발 추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포스코와 SK에코플랜트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를 공동 개발하며 친환경 해상풍력 시장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코·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부터 ‘K-부유체’(K-Floater)의 공동개발에 착수해 지난 7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전문 인증기관인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AIP·Approval In Principle)을 받았다고 8일 밝혔다.
기본설계 인증은 조선 해양·산업플랜트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설계에 대해 공학적 분석과 위험도 평가 등을 통해 해당 기술이 선박 또는 해양구조물에 적합한 신뢰 수준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음을 승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 포스코가 SK에코플랜트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공동 개발한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 실증에 나서고 있다. (사진=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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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체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핵심 구조물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바다 지면에 고정하는 고정식 해상풍력과 달리 풍력발전기를 바다 위에 부표처럼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람이 더 강한 먼바다에 설치해 전기생산 효율이 높고 수심이 깊은 곳에도 조성할 수 있어 입지 제약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해상 풍력발전을 포함한 친환경 풍력 에너지 시장은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 기준 육·해상 풍력발전 목표치는 2021년 대비 20배 이상 증가한 34기가와트(GW) 수준이며,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전체 해상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2030년까지 18.9GW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업계는 10메가와트(MW)급 부유식 해상풍력에 들어가는 부유체 단가를 90억원 내외로 추산하는 만큼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보급이 세계풍력에너지협회의 전망대로 진행될 때 부유체 시장만 최대 약 17조원 수준으로 성장이 전망된다.
| 김성연(오른쪽부터)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장, 백영민 DNV 신재생에너지인증담당 한국지사장, 김정훈 SK에코플랜트 Net-Zero 에너지담당 임원이 7일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포스코와 SK에코플랜트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공동 개발한 ‘K-부유체’가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AIP)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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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포스코와 SK에코플랜트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성장성에 공감해 지난 2021년 4월 ‘부유식 해상풍력 고유 부유체 개발과 실증기술 공동개발’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을 진행해왔다.
이미 2014년부터 부유체 연구를 진행해 왔던 포스코는 협약에 따라 부유체 기본설계와 성능향상 강재를 적용한 경제성 향상 기술 개발을 맡고, SK에코플랜트는 해저터널·시추선 등 해상 엔지니어링 경험을 기반으로 상세설계를 포함한 실증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기본설계를 인증받은 부유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제주대학교·마린테크인 등 국내의 산학 기술로만 설계된 최초의 ‘K(한국형)-부유체’로, 대체로 독의 수심이 얕은 국내 제작사들의 여건을 고려해 운송과 설치가 쉽도록 부유력을 증가시키는 기둥형으로 디자인했다.
K-부유체는 10MW 이상 대형 터빈 설치가 가능한 반잠수 부유식 모델로, 약 40m/s 태풍을 버틸 수 있으며, 2m/s 조류·10m 파고 등 극한의 자연환경에서도 구조적·기능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K-부유체는 지난해 9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3주간의 부유체 성능 수조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해당 실험을 통해 유럽에서 제작하는 부유체와 같은 기술 성숙도가 확인됐다.
| 지난해 9월 진행된 ‘K-부유체’ 모델 수조시험 영상 (영상=SK에코플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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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부유체 1기에는 MW당 200~300톤(t)의 강재가 사용된다. 포스코는 K-부유체에 포스코의 풍력용 성능향상 특화 강재인 균일 항복강도(Yield Point) 제품, 내피로강, 고연성강 등을 적용해 부유체의 전체 중량을 감소시키면서 구조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최근 들어 풍력 구조물이 대형화되고 육상에서 해상으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피로수명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졌다. 피로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판 두께를 증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나, 포스코가 개발한 내피로 후판 제품을 10MW 이상급 부유식 해상풍력에 적용 시 강재 사용을 약 5% 이상 절감하면서 피로수명을 1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 단위당 생산비용(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절감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연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장은 “해상풍력 기술 독립을 위한 한국형 부유식 해상풍력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동남해안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성공을 위해 포스코의 우수한 그린어블(Greenable·포스코의 친환경·고기능 철강제품과 솔루션 통합 브랜드) 풍력발전 강재 공급과 부유식 해상풍력 관련 솔루션 제공으로 고객사인 SK에코플랜트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SK에코플랜트와 긴밀히 협력해 상세설계, 제작·시운전 단계를 거쳐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완성하고, 그 최초 모델을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하고 있는 동남해안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우선 적용해 2027년 1분기 상용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보여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그린 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용 철강 수요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꾸준히 친환경 맞춤형 강재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