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시간 싸움'인데 조건 내건 이재명…"상설특검 서둘러야"

by남궁민관 기자
2021.11.14 16:13:24

檢 전담수사팀 출범 50여일…유동규 기소 뿐
국민적 특검 요구에 이재명 '조건부 수용' 선회했지만
법조계 "檢 어떤 결론에도 국민 대다수 불신할 것"
대선 임박에 "수사팀 축소되더라도 수사할 시간 벌어줘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의혹’ 관련 조건부 특별검사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역대 14번째 특검팀이 꾸려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수사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데다 대선을 불과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선 이 후보 측이 ‘조건’을 따질 것이 아니라 즉각 특검 도입을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9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을 꾸린 이후 50여일이 지난 이날 현재까지 대장동 의혹과 관련 재판에 넘긴 피의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1명에 그친 상태다. 검찰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그간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특검 도입론’이 점차 국민적 지지를 얻는 모양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특검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65% 전후로 나타나면서, 줄곧 이를 반대해왔던 이 후보도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는 ‘검찰의 수사에서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이라는 이 후보가 내세운 조건에 주목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끝난 뒤 의혹이 남으면 특검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지금 단계에선 특검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 수사에 동력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수사가 끝난 후에야 특검 도입을 논의할 수 있다는 언급은 마치 공을 검찰에 떠넘기는 듯한 정치적 셈법이라는 얘기다.

법조계는 이에 따라 당장 특검에 들어가는 게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로서는 어떤 결과를 내놓든 공정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특검을 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에겐 수사 종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을 놓고 대장동 의혹 특검 도입을 좌고우면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계속될 경우 오히려 본인에게도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대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을 따지며 특검 도입 여부를 재고할 시간은 넉넉치 않은 상태다.



법조계는 상설특검제를 주목한다.

특검을 도입하는 방법은 특검법을 새로 만드는 ‘개별 특검제’와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을 활용한 ‘상설 특검제’ 등 두 가지가 있다. 역대 특검 도입은 총 13번으로 이중 12번이 개발 특검제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수사 대상·기간 등을 담은 특검법을 신설하는 데 여·야 합의 없인 무기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장동 의혹에 대해선 상설 특검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상설 특검제를 활용하더라도 시간은 촉박하다. 앞선 13번의 특검에서 특검 임명과 수사팀 구성에만 평균 46일이 걸렸고, 수사기간도 짧게는 36일에서 길게는 90일이 걸렸다. 당장 대장동 의혹에 대한 상설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수사결과는 대선을 넘겨야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더군다나 개별 특검제는 특검법 신설 과정에서 수사팀의 규모를 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구성할 수 있지만, 상설 특검제는 수사팀 규모가 특검법으로 제한돼 있어 수사할 시간이라도 넉넉히 확보해야 원활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국정농단 특검’의 경우 검찰 등 수사기관로부터 파견 받을 수 있는 검사는 20명이었지만, 상설 특검의 경우 5명에 그친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면, 비록 수사팀의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당장 상설 특검제를 도입해 수사할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맞다”며 “검찰 역시 특검이 수사를 개시하기 전까지 남은 기간 충실히 수사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