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 "수사권 조정, 경찰 주장 편승한 검찰해체" 주장

by이승현 기자
2019.05.27 09:18:00

울산지검장, 국회의원들에 수사권 조정안 반대 이메일 보내
"공안·특수는 놔둬…법무부·청와대 권력집중 개선해야"

송인택 울산지검장.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직 검찰 고위직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표만 의식해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인택(56·사법연수원 21기) 울산지검장은 전날 오후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14장 분량의 문서에서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권을 (경찰에) 어떻게 떼어줄 건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거라고 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들에게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양경찰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송 지검장은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검찰개혁의 대상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건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일반 국민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돼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진행 과정과 처리예정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하냐”며 “그렇게 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사전보고를 받을 사항이 있다면 무엇으로 정할 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보고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송 지검장은 “‘환부가 아니라 멀쩡한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란 비판에 귀를 닫고 밀어붙인다면 진정한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검찰을 정권의 칼로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검찰의 이해, 통제받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위선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송 지검장은 그러면서 9가지를 건의했다. △현직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 개선 △검찰총장의 제왕적 지휘권 제한 △법무부·청와대에 대한 수사정보 사전보고시스템 개편 △일정 사건에 대해 검찰이 특별검사에 회부하는 장치 마련 △수사 중 인권침해 발생 시 해당 검사 문책절차 마련 △청와대·국회·국가정보원 등에 검사 파견 금지 △공안기획·특수수사 분야 출신 검사장 일정비율로 제한 △정치적 사건·하명 사건 경찰이 주도적 수사 검토 △독립적인 검사인사제도 마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