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성수기지만.." 긴장감 도는 국내 TV-패널 업계

by이재운 기자
2018.02.14 09:30:00

작년 中 TV 판매량 6.6% 줄어..14년만에 최대 하락폭
4분기 패널 재고 해소 안 되면 1분기에도 부정적 영향
"평창올림픽-러시아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로 만회"

중국 상하이 타임스퀘어에서 지난해 12월 중국전자상회(CECC) 주관으로 열린 ‘QLED 카니발’에서 행사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QLED TV로 모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중국 최대 명절 ‘춘절(설)’ 성수기에도 우리나라의 TV와 TV용 패널 제조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성수기 효과가 예전만 못한데다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실적에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를 일부 만회하고, 여름에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대목’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CL, 하이얼, 창홍 등 중국 주요 TV 제조사들은 1분기 최대 성수기인 춘절 마케팅을 위해 지난해 4분기에 연내 최대 수준으로 패널 재고를 쌓아뒀다. 이에 4분기 패널 업계의 실적은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달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지난해 4분기)패널 가격 하락에도 연말 성수기와 춘절 수요 대응을 위해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출하 증가 등으로 프리미엄 비중이 상승, 출하가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BOE, AUO 등 중화권 업체도 역시 선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1분기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전통적으로 비수기라 원래도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하는데, 4분기 재고가 다 해소되지 못할 경우 그마저도 더 부진하게 된다. 현재 중국 TV 시장이 예전같지 못하다는 점에서 4분기 말 재고의 이월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올뷰클라우드(AV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장 판매량은 4752만대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런 판매 감소가 2003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은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형, 초고해상도(UHD) TV 판매가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이 분야는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국내 패널 제조사들이 OLED 투자 확대 과정에서 일부 라인을 LCD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한 부분도 이런 측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대형 TV 세트업체의 패널 구매가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등의 효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V 완제품(세트) 제조사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고부가 제품 마케팅에 주력한다. 삼성전자는 양자점(퀀텀닷)을 활용한 QLED TV를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TCL 등 중국 제조사가 QLED 방식을 채택하도록 유도, QLED 저변을 넓혀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또 쑤닝과 같은 중국 대형 유통업체와 손 잡고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올레드(OLED) TV’ 진영 확대를 통해 중국 업체 3곳(창홍, 스카이워스, 콩카)을 끌어들였다. 또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 가동 준비에 속도를 내 예정된 기간 안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TV 제조사들이 진영 확대에 나서는 것은 패널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는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라 판매가격을 현재보다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장 전체의 흐름을 자사 방식에 유리하게 끌고가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도도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