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지점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by김수미 기자
2007.09.28 13:41:12

95년 노태우 前대통령 비자금 사건때 주목
신정아씨 개인금고도 발견…대형사건 때마다 관심
20년 청와대 주거래…주변입지조건 영향 관측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학력위조 논란으로 시작된 신정아씨 사건이 거액의 현금이 들어있는 신정아씨 명의의 개인금고가 발견되면서 재벌계의 비자금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사건에 연루된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이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때 논란이 됐던 지점과 동일한 지점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왜 비자금 사건에는 늘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이 등장하는 것일까.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은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 청와대의 주거래 은행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20년 이상 거래를 해왔던 주거래 은행을 우리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교체했다.

지난 1968년 설립된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은 과거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으로 `청와대 금고`로 명성을 얻어 왔다.
 
현재 효자동지점은 자동식 금고 약 100개와 수동식 금고 400개를 비롯 약 500개의 개인 금고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효자동지점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효자동 근무 당시 출장수납을 위해 청와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며 "청와대의 주거래 지점이라는 자부심도 대단했다"고 기억했다.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은 거리상으로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은 아니다. 
청와대의 공식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156-2다.
 
같은 우리은행만 해도 청와대 인근에 삼청동 출장소를 비롯 수송동 지점과 광화문 지점 등 인근 점포가 여럿 있다. 거리 상으로는 오히려 삼청동 출장소가 가장 가깝다.

그러나 출장소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작고 업무도 모점(母店)과 종속적인 관계에 있어 독립적인 업무처리가 원활치 못한 데다 설립시기도 효자동지점보다 늦어 주거래은행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의 대여금고가 처음 이슈화된 것은 지난 95년 노태우 전 태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졌을 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기업체로부터 500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받아 착복한 혐의로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 8명을 포함한 기업인 35명도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 때 당시 청와대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이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홍역을 치렀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 뇌물로 받은 거액의 자금 중 일부를 효자동 지점 대여금고를 비롯한 여러 곳에 분산 보관해 둔 것이 밝혀진 것.

이어 최근엔 같은 지점에서 신정아씨 명의의 개인 금고에 성곡미술관장이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씨의 비자금(?)이 보관돼 있던 것으로 드러나 다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효자동은 종로의 핵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신흥 부자들이 많은 강남권에 비해 종로권은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에 비해 지점 설립 연도가 오래돼 장기 우량 고객들이 많은 점도 역사가 오래된 종로권 지점들의 특징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에 더해 과거 20년 이상 청와대 주거래은행으로 역할을 해오면서 정계의 VIP 고객들을 많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삼청동 일대를 비롯해 주변에 성곡미술관 등 고급 미술관들이 인접해 있는 점, 재계의 본가가 많이 위치한 성북동과 멀지 않은 점 등도 이번 비자금 사건 연루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