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붕괴 진짜 위험은 가계부채 아닌 건설PF"

by강종구 기자
2006.12.22 12:46:14

우발채무 포함시 부채비율 1000% 넘는 곳도
일부 건설사 및 다수 저축은행 유동성위기 가능성
건설사 연쇄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아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당국의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일부 건설사가 자금난에 처하면서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취약한 BBB급 건설사에 대한 부동산PF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2일 `부동산거품과 신용위험`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는 주택가격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전망이며 카드위기와 달리 가계신용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건설/부동산 기업신용은 부분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택투자수요가 감소하면 분양률과 입주율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건설사 자금흐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건설/부동산 기업금융에서 일부 금융기관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에 대한 급격한 자금회수와 전면적인 리파이낸싱 중단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BBB-등급 전후의 일부 건설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한 이면에는 서민금융기구에 의존한 가파른 신용확장이 있었고, 서민금융기구 역시 건설관련자산 비중을 높이면서 급성장했다"며 "변동성이 큰 두 고리의 상호의존적인 고도성장이 돌연 순환적인 리파이낸싱 압박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부동산 거품은 카드위기 때와 유사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카드위기 당시 투신사 MMF가 카드채를 대거 편입했듯이 이번에는 서민금융기관이 건설PF를 폭식했고, 건설PF는 2002년 당시 카드 ABS 및 대환론과 너무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연쇄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위기 당시 대부분의 대형 카드사들이 동반 부실에 빠진 것과는 다르다는 것. 윤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고 상당부분은 공기업들에 의해 보완되고 있다"며 "일부 건설사의 부실이 문제가 되더라도 건설시장 전체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PF를 중심으로 BBB급 건설사에 과도한 신용을 제공한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이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급증한 건설PF ABS의 경우 올해 발행액의 절반이 BBB-등급이고, BBB0를 합치면 무려 80% 수준에 달한다. 지난 7월 이후 PF ABS 발행요건이 강화되자 이번에는 PF ABCP가 급증하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났다.

윤 연구위원은 "업계 1~2위 저축은행 계열(전체 저축은행 총자산의 17%)의 경우 건설PF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최근 2~3년 사이에 비중이 두배로 증가했다"며 "인수합병을 제외한 대출증가액의 대부분이 건설PF이고 대환(재취급과 만기연장) 비중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PF ABS는 단위 신협과 금고 등 소형 서민금융기관이 주요 고객인 회사채 리테일 시장의 올해 대표상품"이라며 "비오이하이디스와 팬택계열의 신용이슈를 계기로 신협과 금고는 투자가능 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렸고, 이로 인해 기왕의 투자에 대한 부담은 상존하고 건설PF의 중요한 유통경로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상황은 신규주택 분양률과 입주율이 현저히 하락하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적했다. 한계 건설회사에 과잉 공급된 신용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급격한 자금회수와 전면적인 리파이낸싱 중단이 나타날 경우 건설사와 다수의 서민금융기관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BBB-급 건설사의 경우 장부상의 부채 뿐 아니라 시행사에 지급보증 또는 채무인수를 제공한 부동산PF관련 우발채무가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발채무를 단순 합산할 경우 부채비율이 600%가 넘는 업체가 8개사, 무려 1000%를 넘는 곳도 2개사가 있었다. 대부분의 BBB-업체는 PF 우발채무를 포함할 경우 부채비율이 500% 이상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PF 우발채무를 포함할 경우 부채비율이 상승폭이 더 컸다.



윤 연구위원은 "물론 부채비율로만 기업 신용도를 판단할 수 없듯이 PF 우발채무를 반영한 수정부채비율도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면서도 "건설PF의 사업성을 고려해 PF의 부담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업성의 척도로 사용되는 분양률의 경우 정보의 신뢰성에 문제가 많고, 분양성공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된 상태에서 굳이 초기사업자금 성격이 강한 PF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드위기 당시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 구조를 개선할 기회가 있었지만 단지 대출채권 매각만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카드CP와 MMF로의 폭주를 유발했고, 초기국면에서 LG카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은행들의 공조지연이 위기해결을 지연시켰다"며 "위기관리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굿모닝신한증권은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규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상소득계층이 카드위기 때와 비교해 훨씬 우량하고, 한계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급성장한 미국의 신종모기지론과도 다르다는 것.

윤 연구위원은 "단지 주택가격 하락만으로 우량소득계층이 채무불이행으로 내몰리는 최악의 가정은 비현실적"이라며 "다주택보유자와 투기목적이 뚜렷한 경우의 리파이낸싱 중단 정도는 가계신용 안정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