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리 끝 아닌 시작”…‘노란봉투법·방송법·양곡관리법’ 與野, 대격돌 예고

by김기덕 기자
2022.12.11 15:12:30

與野, 오는 15일 본회의서 예산안 처리 예정
野 추진 법안, 단독 강행 통해 상임위 통과
법사위 문턱 넘어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듯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오는 1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한 이후에도 여야가 주요 법안을 둘러싸고 대격돌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무기로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방송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그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입법 강행에 나설 경우 대통령거부권을 건의하는 등 대반격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야당 몫 위원장이 있는 상임위를 중심으로 여야 간 법안 처리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먼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일 민주당 단독 강행 처리로 과방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에 앞서 열린 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은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데 이어 여당이 신청한 안건조정위원회도 숫자의 힘으로 무력화한 바 있다.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지난달 30일 민주당 주도로 환노위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해당 상임위인 고용노동법안심사 소위나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과반 이상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민주당이 ‘쌀 시장 안정화’를 내세워 당론으로 채택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지난달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은 “쌀 과잉구조로 정부의 재정부담이 불가피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독으로 의결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밖에도 화물자동차 근로자가 최소한의 운임을 받도록 하는 안전운임제의 기한을 3년 연장하도록 하는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지난 9일 여당 의원이 모두 불참한 채 야당 단독으로 국토위 문턱을 넘었다.

현재 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이라는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본회의를 넘어가기 전에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겨지는 법제사법위원회 뿐이다. 법사위원장을 여당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의 상원격인 법사위에서 제동을 걸 전망이다. 다만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60일 이상 심사하지 않으면 상임위로 돌려보내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은 비교섭 단체를 포함하면 해당 법안들을 단독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여당은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등에 업고 입법을 강행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해 강력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여당 소속 법사위 위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과거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당시에는 국민의힘이 야당이었지만, 지금은 집권 여당이라 상황이 다르다”며 “입법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다수당의 횡포 등으로 국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경우 행정부가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장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은 국회에서 재의결 할 수 있으며, 만약 재차 의결된 법안은 곧바로 법률로서 확정된다. 다만 이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만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