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계좌, 지난해 하반기 정기예금서 엑소더스(Exodus)
by김남현 기자
2014.07.07 10:06:01
저금리·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여파에 일부 법인 대규모 인출
정기예금 고객중 0.3%가 총 예금금액의 절반 차지
[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5억원을 초과하는 거액계좌가 지난해 하반기 저축성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전신탁은 늘었다. 이는 저금리가 지속된 가운데 금융소득종합과세가 강화된데다 일부 법인 자금이 대규모로 인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정기예금 계좌 중 불과 0.3%가 예금금액의 절반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5억원 초과 거액 계좌 동향’과 ‘2013년 하반기중 은행수신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5억원을 초과하는 저축성예금 계좌와 잔액은 각각 10만8010좌, 404조19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현재 11만좌, 421조3570억원에서 각각 1990좌(-1.8%), 17조1600억원(-4.1%)이 감소한 것이다.
이중 정기예금이 7만2400좌, 302조3200억원으로 같은기간 2940좌(-3.9%), 5조6430억원(-1.8%)이 줄었다. 잔액기준 예금은행 총수신 금리가 지난해 6월말 현재 2.36%에서 12월말 현재 2.19%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데다 지난해부터 종합소득으로 합산 과세되는 이자·배당소득 등 금융소득 기준금액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업자유예금도 계좌수는 750좌(+3.0%) 늘어난 2만5860좌를 기록했지만, 금액은 오히려 11조7600억원(-11.5%) 줄어든 90조4360억원을 기록했다. 일부 법인의 대규모 자금인출이 있었기 때문이라게 한은의 설명이다.
CD 거액계좌도 5120좌에 22조9280억원으로 각각 270좌(-5.0%), 2150억원(-0.9%) 감소했다.
반면 금전신탁 거액계좌는 2만1910좌에 80조8220억원을 기록, 각각 2610좌(+13.5%), 4조3440억원(+5.7%) 증가했다. 이는 특정금전신탁이 1조1460억원(-2.3%) 감소한 49조5110억원을 기록했음에도(계좌수는 8820좌에서 9190좌로 370좌(+4.2%) 증가) 퇴직연금신탁이 5조5200억원(+21.7%) 급증한 30조9300억원을 기록한 때문이다. 계좌수도 6월말 1만340좌에서 1만2600좌로 2260좌(+21.9%) 늘었다. 이는 연말 기업체의 부담금 납입에 힘입어 50억원 초과 고액 계좌를 중심으로 증가한 때문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와 과세 강화로 정기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갔고 기업자유예금도 특정 금융회사에서 예금을 인출한 영향을 받았다”며 “반면 금전신탁은 부담금 납입이 집중된 퇴직연금신탁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기예금중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3만7000좌로 예금금액 274조8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계좌로 보면 전체 정기예금 계좌 1279만5000좌의 0.3%에 불과한 것이나 금액으로 보면 전체 정기예금 금액 558조8989억원 대비 49.0%에 달하는 것이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증가하던 10억원 초과 계좌비중은 2010년말 54.4%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2011년말 51.0%, 2012년말 49.5%를 기록했었다.
반면 1억원 이하는 1236만8000좌, 182조73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정기예금중 계좌는 96.7%, 금액은 32.7% 수준이다.
앞선 관계자는 “정기예금에서 1억원이하는 개인계좌가 압도적으로 많다. 5억원까지도 개인 비율이 높다. 반면 5억원 초과 예금은 대부분 법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하반기중 예금과 금전신탁, CD·환매조건부채권(RP)·표지어음 등 시장형상품, 금융채를 포함한 예금은행 수신은 24조9200억원 증가했다. 12월말 기준 수신잔액은 1363조549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