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이메일로 사의.."솔로몬왕 앞 어머니 심정"(전문)

by김현아 기자
2013.11.03 17:32:1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석채 KT(030200) 회장이 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석채 회장
이 회장은 이사회 직후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알렸다.

그는 이메일에서 직원들의 고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으며,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했고,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을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원 수를 20%까지 줄이고 고문과 자문직을 없앨 것을 이사회에 건의하겠으며,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본인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부연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입니다.

최근 일련의 일로 저는,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미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여러분.

지난 4년 동안 저는 KT의 성과가 곧 대한민국의 성과이며, 투명하고 혁신적인 회사로 KT를 거듭나게 하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임해왔습니다.

급변하는 시장과 험난한 경쟁 속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함께 노력해 주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합니다.

재벌이 아닌 기업도 치열한 전장에서 당당히 겨뤄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여러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지금 KT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뚝 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IT시스템의 혁신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글로벌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던 때에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돼 회장으로서 참담한 마음과 함께 책임을 통감합니다.

KT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저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물러나는 CEO로서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KT가 많은 혁신을 이뤄왔지만, 현재 우리의 사업과 인력구조로는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통신산업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구리선에서 브로드밴드로, 통신이 아닌 IT컨버전스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네트워크만 잘 깔면 고객이 모이던 시절에서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 국내에 머물면 죽고 글로벌로 나가야 활력을 찾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갭을 줄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경영성과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적극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죽는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한편 우리는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 되기 위한 추가적 인력보충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성중심의 인력보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배당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사회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LTE투자와 BIT투자 사업이 완료되어 내년도 투자 소요는 현재 4조원에서 3조원 대로 조정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되면 KT의 경쟁력과 수익력은 내년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어 KT가 꾸준히 추진해온 글로벌 진출 기회가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드릴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시도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르완다에서 개최된 TAS 기간 중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은 해당 정부와 함께 초고속 정보화 고속도로를 만들고 운영할 뿐 아닐, 그 고속도로 위를 가득 채울 가상재화, 솔루션 등 화물도 개발해 내는 일명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입니다. (중략)

아프리카에서 다시 입증된 KT만의 저력, 르완다의 고위관료들이 극찬할 정도의 올바른 매너와 태도, 그리고 뜨거운 열정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잠재력을 보여준 여러분들에게 고개숙여 고맙다는 뜻을 전합니다. 그러한 여러분들과 함께 일했다는 사실은 지난 4년간 저를 지탱해준 자신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우리 KT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몇 안 되는 대한민국 기업입니다. 그동안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기업이 되도록 우리는 뼈를 깎는 혁신을 해왔습니다.

저는 전임사장의 급여체계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저는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제 남은 모든 에너지를 다해 KT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KT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노동조합 간부 여러분, 어려운 가운데 KT의 사외이사를 맡아주신 이사님 여러분, 그리고 주주 및 고객 여러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013년 11월 3일 KT 회장 이석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