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수출 대박의 '명과 암'

by천승현 기자
2013.10.07 10:21:25

국내업체들 수천억규모 수출 계약 봇물
계약 이후 무산 사례 비일비재..실적 반영은 미지수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업체들이 연이어 대형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국내 기술력의 높은 수준을 해외에서도 입증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수출 계약이 실적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해외시장 성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은 각각 3898억원, 3000억원 규모의 ‘보톡스’와 유사 제품인 보툴리눔제제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두 제품 모두 보톡스 개발사 엘러간과 연관된 계약이다.

메디톡스의 경우 보톡스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성이 개선된 제품을 엘러간에 수출하는 계약이다. 대웅제약은 엘러간 출신 직원들과 미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설립한 벤처기업 ‘에볼루스’가 계약 상대방이다.

이들 업체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국내업체들의 대형 수출 계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미약품은 미국 머크를 통해 51개국에 20억달러 규모의 고혈압복합제의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LG생명과학은 당뇨치료제를 사노피아반티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키로 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최근 총 87개국에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를 수출키로 계약했다. 녹십자, JW중외제약, 보령제약, 종근당 등도 자체개발 제품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상품성을 갖춘 제품이 많이 개발되면서 해외업체에서 먼저 수출을 의뢰하는 사례도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형 수출 계약이 모두 실적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보령제약(003850)은 지난해 터키 제약사와 맺은 4580만달러 규모의 고혈압 신약 수출 협약이 현지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해지되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2007년 미국 P&G사와 총 5억달러 규모의 골다공증치료제 수출 계약을 맺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일양약품, LG생명과학, 부광약품 등도 다국적제약사에 수출한 신약이 해외 임상시험 도중 좌초된 아픈 기억이 있다.

수출 계약을 맺고 현지판매에 돌입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통과해야 하는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내업체가 개발한 의약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려면 임상시험을 거쳐 현지 보건당국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이후 보험약가 등재와 같은 후속절차를 거쳐 해외 판매가 가능하게 되더라도 경쟁약물의 등장, 처방패턴의 변화 등과 같은 변수로 판매가 불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에 수출 계약을 맺은 대웅제약의 경우 계약 파트너가 임상과 허가절차를 진행해보지 않은 신생기업이라는 불안요소가 있다. 메디톡신은 엘러간의 경쟁제품 죽이기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약사들의 대형 수출 계약은 대부분 중도에 무산되면서 상징적인 의미만 남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수출 대상이나 관련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속돼야만 계약파기와 같은 돌연 악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