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의 회장 "FTA로 자동차 경쟁지형 못 바꾼다"

by김현아 기자
2011.06.24 12:51:01

관세 혜택보다 환율 영향 커..큰 변화 없을 것
전기차 충전 방식 표준화에 유럽식도 넣어달라
승객좌석 규격·최저지상고 완화도 요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눈에 안 보이는 사회적인 제약이 없다면 FTA가 있건 없건 수입차 시장은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한-EU FTA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지형을 크게 바꾸긴 어려울 겁니다. 관세가 8~10% 정도인데, 환율 변동성을 보면 관세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 장 마리 위르띠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장 마리 위르띠제(Jean Marie Hurtiger)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이 24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시장진입 장벽 백서' 발간 기자 간담회에서 한-EU FTA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산에 공장을 두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기도 하다.

국내 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해 10%를 넘어설 전망. 이중 80% 정도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브랜드다. 따라서 한-EU FTA가 7월 1일부터 발효되면 국내 완성차 중 르노삼성의 내수 점유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위르띠제 회장은 "FTA로 수입차 시장의 성장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장기적인 트렌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차를 파는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의 원가와 마진에는 경제적인 혜택은 있겠지만 수입차 가격과 포지셔닝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르띠제 회장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와 협의해 무역장벽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EU FTA는 신규 투자와 새로운 EU 기업 개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대략 2만5300개의 고용 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조정비용이 동반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양측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해결돼야 할 시장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면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규제가 존재함에도 지적재산권 침해가 만연하며 제약, 화장품, 자동차업계 등은 규제에 있어 투명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르띠제 회장은 FTA 발효 후 가장 혜택이 기대되는 곳으로 제조업을 꼽았다.

그는 "기존 FTA를 보면 기업들의 30% 정도만 활용한다지만 (한-EU FTA로) 한국 제조업체의 대유럽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평면TV는 이미 유럽에서 관세가 0%여서 대규모 기업의 큰 혜택은 적겠지만 특화된 전문분야 기업들은 더 많은 수출기회를 잡게 될 것이고 서비스쪽은 유럽기업의 전문성이 한국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버 힐 자동차 위원장은 "자동차 분야는 7월 1일부터 관세가 대부분 없어져 유럽 수입차의 가격이 많이 낮아지는 혜택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원산지 표시 등 규제를 증명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아 복잡하다"고 밝혔다.


장 마리 위르띠제 회장은 국내 전기차 충전방식 표준화에 있어 르노삼성이 택한 유럽식 '타입 2 커넥터'도 감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등 우리나라 회사들은 기존 충전기술을 기본으로 하는 '타입1 커넥터'만 사용하고 있는데, '타입 2커넥터'의 사용도 제한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다.

위르띠제 "어떤 것이되든 AC 충전과도 호환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유럽 뿐 아니라 한국에도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투자여서 이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럽상의는 자동차 분야에서 ▲'자동차안전기준 규칙(25조1항)'상 승용차의 좌석 및 거리 규격에서 10인 이하 승용차를 제외해 달라는 것과 ▲차량및 타이어의 고성능화에 따라 '자동차 안전기준 규칙(5조)'의 최저지상고 규격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자동차 에너지효율규정(제9조제2항, 2항)'과 관련 2012년 새로운 연비규정에 따라 수입차 전차종을 시험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연장해 달라는 것과 함께 ▲전기자동차 충전 표준화시 유럽식 표준을 제외하지 말아달라는 것(전기차 충전기반시설이 준비되는 동안 '타입2  커넥터' 충전방식의 사용이 제한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는 27개국 주한 유럽연합대사관과 800여 개에 이르는 유럽연합 및 국내외 기업들로 구성된 단체다. 한국에 진출한 유럽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