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금융빅뱅)③우리금융 쥔 정부가 판도 가른다

by원정희 기자
2009.10.14 10:35:00

`하나+우리금융` 성사될려면 정당성 확보 관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수반된 M&A 필요성 강조

[이데일리 원정희기자] 내년으로 예상되는 은행 새판짜기의 과정에서 정부가 우리금융(053000)을 언제 시장에 내놓고 또 누구한테 파느냐가 관심이다.
 
우리금융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여의치 않으면 재빨리 외환은행 등 다른 매물로 눈을 돌려야 할 처지다. 때문에 우리금융의 향방은 새판짜기의 판도를 좌우할 만큼의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은행 합종연횡의 각종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지만 당국은 아직은 `백지상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렇다고 지난해 위기 이전 검토했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들을 다시 꺼내놓기엔 위기 전후의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년 메가뱅크, 대형화 등의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고 이 경우 M&A과정에서 타이트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새판짜기의 시점을 내년으로 예상하는 것은 은행들이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미래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수합병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정부 역시 우리금융 민영화에 재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고 론스타도 외환은행(004940)을 팔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어 이같은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요즘들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쩍 은행 M&A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은행들은 수익내기 힘들어진다"며 "비용감축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하고 자산확대가 아닌 M&A를 통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M&A과정에서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감축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동안의 M&A가 말뿐인 규모의 경제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앞으로의 은행 M&A 혹은 대형화는 더이상 숫자늘리기식으론 안된다는 얘기다.



내년에 새판짜기가 시작된다면 금융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우리금융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언제 시장에 나올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금융위가 이달 안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고 우리금융 소수지분 7% 매각을 결의한다는 방침뿐이다. 아울러 "시장상황을 고려해 우리금융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진동수 위원장의 원론적인 언급 수준이다.

그러나 소수지분 매각을 통해 몸집줄이기에 나섰다는 점은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이 되고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우선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매각해 몸집을 줄인 후 본격적인 매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올해는 힘들고 내년쯤이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반드시 나머지 소수지분을 다 팔고 지배지분(50%+1주)을 팔 필요는 없다"고 말해 지배지분을 먼저 팔든지 아니면 7%를 팔고 남은 소수지분(16%)과 지배지분을 몽땅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사는쪽 입장에선 50%+1주 보다는 전체 지분의 3분의 1이상을 확보하는게 경영장악 측면서 유리하고 파는 사람 역시 프리미엄 등을 더 쳐서 팔 수 있다. 

일각에선 생각보다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가 빨리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5월 지방선거와 MB 집권 중반기 등 정치일정과 맞물리면서 집권 하반기를 맞기 이전 굵직한 이슈들을 하나하나씩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대로 금융당국 일각에선 논의가 시작돼도 M&A가 쉽게 풀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제는 은행끼리가 아닌 금융지주끼리의 M&A로 전례가 없다는 점이나 우리금융, 산은지주, 외환은행, 하나금융, KB금융 등 M&A판이 너무 커져 버렸다는 점도 부담이다.

어찌됐건 우리금융 매각 논의가 구체화되면 또다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합병설이 나왔고 우리금융쪽에서 메가뱅크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어 반격할 가능성이 짙다. 결국 정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현재까지는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합병 시나리오가 그나마 힘을 받고 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외국계도 아니고 산업자본도 아니다. 그러나 돈이 문제다. 따라서 지분 일부는 돈을 주고 사고 일부는 하나금융 주식과 맞바꾸는 식으로 M&A를 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한 당국의 시각은 엇갈린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 경우 정부지분을 어느 정도 줄일 순 있겠지만 정부가 우리금융 대신에 또다른 금융지주의 지분을 들고가야 하는데 진정한 민영화도 아니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측면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며 "우리금융에 대한 불필요한 경영간섭, 감사, MOU등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에서 보면 민영화의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가 이같은 판단을 할 경우 작은 덩치의 은행이 더 큰 덩치를 먹는다는 점에서나, 정부가 일정부분 지분을 갖고 가야할 가능성 등에 비춰 잡음을 내지 않기 위해선 명분·정당성 확보가 최대 숙제로 남는다.

이와 같은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정당한 절차와 금융산업 구조개편에 어떤 점에서 이로운지를 시장에 설득하는게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