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매매 확대, 증시변동성 키웠다

by유환구 기자
2009.04.21 12:00:30

금융위기 이후 위험회피 성향 커진 탓
외국인 투자패턴 단기화..매매회전율 증가세

[이데일리 유환구기자] 글로벌 금융불안이 본격화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의 투자행태가 단기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프로그램 매매비중은 거래량 기준 11.4%, 거래대금 기준 27.1%로 2006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옵션 만기일이 아님에도 프로그램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는 기관과 개인, 외국인에 이은 `제4의 매매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리만 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면서 프로그램매매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과 외국인투자자가 위험자산 보유 축소를 위해 현물주식거래보다는 프로그램매매의 일종인 차익거래를 선호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줄곧 지속된 하락장에서 바스켓 형태로 주식을 매입하는 연기금의 매매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비차익 프로그램매매도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또 현물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작년 10월 이후 금지된 점도 증시 하락에 따른 선물매도를 유발했다는 설명이다.



유 연구원은 "200개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200 선물을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10개 종목만 남겨놓고 나머지 190개 종목을 매수하면 10개 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 매매 자체의 변동성이 증가한 것도 특징으로 꼽았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져 프로그램매매가 장중에도 수시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그는 "프로그램 매매가 장중 일정한 방향성 없이 불규칙하게 거래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주가 급등락의 가속화 및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주식시장 교란과 불필요한 주가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프로그램 매매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상당부분 외국인의 투자형태가 단기화됐기 때문으로 봤다.

외국인의 매매회전율은 지난해 금액기준 138%, 주식 수 기준 172%로 2005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외국인의 매매회전율

매매회전율은 연간 거래금액을 연평균 보유액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단기투자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단기화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환율의 급등락을 초래하고 주가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며 "외국인투자자의 선·현물 시장에 대한 투자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프로그램매매에 따른 주식시장의 과잉 상승과 하락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볼때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현물시장의 매수 기반을 확대해 선물시장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향후 금융기관의 추가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돼 국제 금융시장이 동요할 경우 외국인투자자 이탈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며 "국내 기관투자가의 자산운용 능력을 강화하고 주식시장에서의 역할을 제고해 안정적인 국내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