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성호 기자
2008.10.31 11:31:13
①기존계약자와 형평성 문제
②건설사-시행사 이견
③고분양가 비난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아파트 미분양의 가장 큰 이유는 고분양가 때문이다.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를 해결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를 선택한 건설사는 거의 없다. 건설사들은 분양가 인하보다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혜택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사업 중인 중견업체 W사는 지자체 승인 가격보다 100만원 정도 분양가를 낮춘 적이 있다. 또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아파트 분양을 하는 S사가 당초보다 분양가를 10% 할인했다. 이 정도가 분양가를 직접 인하한 사례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못내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분양자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견건설업체 A사는 김포사업장에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중대형아파트 분양가를 인하했다. 하지만 다른 주택형을 분양받은 기분양자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들에게까지 분양가 인하 혜택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택지지구에서 분양한 B건설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분양을 했지만 중대형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기존 분양자들의 반발이 거세 업체는 신규 분양자는 물론 기존 분양자들까지 혜택을 확대해야만 했다.
최근 자체 공사 물량이 줄어들고 단순 도급 사업이 늘어난 것도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인하하지 못하는 이유다. 도급 사업의 경우 사업에 관한 전권을 시행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위 광고 논란으로 입주 예정자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C건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처음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 무이자 등의 분양가 인하 혜택을 요구했었지만 시행사가 거부해 갈등이 더 심화됐다"며 "단순 도급 사업일 경우 사업비용을 관리하는 시행사가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시공사 의지대로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형 부동산개발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하는 경우는 파격적인 금융조건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부동산개발업체 신영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분양하는 `왕십리 지웰`의 중도금 선납할인 혜택을 대폭 늘렸다. 중도금을 선납하면 분양가의 12.5%를 돌려준다는 것. 신영이라는 대형개발업체가 시행을 맡고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분양가를 중간에 낮추면 기존 분양이 고가 분양으로 비쳐져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나중에 분양가를 인하하면 고분양가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또 분양가를 내리면 PF대출이나 차환 대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 회사 사정이 나빠 분양가를 내린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시행업체 관계자는 "분양가를 내리면 은행과의 대출 협상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체가 분양가 인하 대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택하는 이유는 자금 운용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조건은 이자를 건설사가 내야하는 부담은 있지만 중도금은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에게 분양가를 인하해 줄 경우 중도금 연체 등의 돌발상황이 생길 경우 부담이 더 커진다.
수요자들 역시 무이자 혜택을 선호한다. 대다수 수요자들은 자신의 여유자금이 아닌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사고 있어 이자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A건설 관계자는 "최근 금융혜택과 분양가 인하에 대해서 자체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수요자 열에 아홉은 중도금 무이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