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현석 기자
2005.11.22 11:31:10
퇴직연금 적자 1억파운드 육박
노사간 합의로 위기 극복
"DB형 부담된다고 일방적 DC형 전환은 곤란"
그 이유는 PCA에서 더 이상 DB형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위권을 차지하는 PCA 생명조차 직원들에게 DB형을 제공하지 않을 정도로 영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DB형을 꺼리는 추세다. 그도 그럴것이 기업들이 자산운용 실패에 따른 퇴직연금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영국 정부는 연금 갭 해소와 함께 퇴직연금 적자 문제 해결이라는 또하나의 숙제를 안고 있다. 퇴직연금이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줄 경우 우리나라 역시 근로자의 위험이나 보험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기업과 근로자들의 연금적자 해소 노력을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 98년 연금개혁안에서 가장 큰 특징은 신탁법(Trust Law)에 근거를 둔 관리연금제(Stakeholder Pension) 도입이다. 관리연금제는 연소득 1800만원~4100만원(9500~2만1600파운드) 수준이며 규칙적인 연금 납부가 곤란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제공하지 않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관리연금 제공사를 지정하고 근로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 자율에 맡겼던 퇴직연금 제공이 반강제화된 것.
관리비용은 가입자 개인별 적립기금을 기준으로 가입후 10년내 1.5%(2005년 4월 가입자부터 적용), 이후 1% 이내로 제한되며 최소 부담금은 20파운드다. 또한 가입자 개인 사유로 보험료 납부가 중단되거나 다른 연금 상품으로 이동할 경우 별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밖에 영국에는 한 기업내 근로자들의 개인연금을 모아 유리한 조건에서 보험사와 협상할 수 있는 단체개인연금(Group Personal Pension)도 존재한다. 신탁업법에 따른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고 운영경비도 들지 않아 중소기업을 배려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추가 납입을 원할 경우 추가적 임의기여(AVC)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근로자와 회사의 납입 총액은 연금 수혜액이 최종급여의 3분의 2이내여야 한다.
관리연금제는 원칙적으로 DC형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와 함께 DC 형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포석이 깔려있다.
영국의 기업연금은 DB형인 급여비례제도(Salary-Related Schemes)와 DC형인 Money Purchase Schemes으로 나눌 수 있으나, 오랫동안 DB형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해 왔다. 지난 2000년 기준 DB형 가입 근로자가 910만명으로 DC형의 90만명보다 10배 이상 많았을 정도다. DB형에서 연금지급 기준 급여로 최종 급여방식(Final Salary Schemes)을 채택할 경우 근로자는 자신의 최종 연도 총급여의 60분의 1에 가입연도를 곱한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돼 30년 가입후 퇴직할 경우 직장 다닐때 연봉의 절반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 폭락에 따른 연금손실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며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2000년이후 주가 폭락으로 연금자산이 크게 감소하자 기업들이 더이상 DB형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 영국 기업연금들은 과거 자산의 절반 이상을 자국내 주식에 투자했으나, 최근 주가는 99년말대비 20% 이상 하락해 있다.
보험계리 상담회사인 레인크락앤피코크(Lane Clark & Peacok)에 따르면 100대 상장회사의 연금기금 적자규모는 420억파운드에 달하고 있으며 머니마케팅(Money Marketing)지 조사에 따르면 100대 상장사 가운데 96개사 연금이 적자 상태에 빠져있다.
기업의 DB형 회피 탓에 런던증권거래소 350대 상장기업 가운데 신입직원에 대해 DC형을 제공하는 기업은 2001년말 64%에서 2003년말 33%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 영국 사적연금 형태별 분류 | |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