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시황) 체력 저하..악재에 과민해진 시장

by이정훈 기자
2000.07.24 18:26:29

지난주말 잠시 안정을 되찾는 듯 했던 자금시장이 쏟아지는 악재를 감당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였다. 현대그룹 신용등급 하락, 중앙종금 등 자금유치난 등이 겹치면서 증시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여전히 매도공세를 퍼부었다. 또한 이같은 악재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양호한 수급상황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상승세로 가닥을 잡았고, 채권시장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3년물 국고채 금리가 20여일만에 8%를 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5.17포인트 급락하며 737.89포인트, 코스닥지수도 7.22포인트 하락한 116.91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9월물이 5.45포인트 하락한 94.85포인트, 3시장의 수정평균주가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885원 내린 1만4601원으로 마무리됐다. 또한 환율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20원 오른 1114원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주말보다 14bp 오른 8.01%로 20일만에 8%를 상향 돌파했고, 3년물 회사채도 6bp 오른 9.11%로 마감됐다. ◇주식시장 수급불균형으로 약세를 보이던 거래소시장에서 자금시장 불안으로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했다. 24일 거래소시장은 하락종목이 756개로 급격히 증가하는 등 투매양상마저 나타나며 종합주가지수가 전일대비 45.17포인트 하락한 737.89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77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기술적인 반등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대기업을 비롯 기업자금경색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금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수는 급락했다. 그동안 지수가 하락해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매수하며 지수를 받쳐왔지만 외국인은 지난주부터 순매도를 계속하고 있다. 수급문제가 지수상승을 제약하는 가운데 자금시장 불안이 새로운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또 국내 신용평가기관들은 현대그룹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여기에 한스종금에 이어 중앙종금의 증자가 난관에 봉착하는 등 종금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디스가 국내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한등급씩 상향조정했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돼왔다는 인식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외국인은 296억원을 순매도 했고 기관은 343억원을 순매수 했다. 개인은 103억원을 순매도 했다. 기관의 순매수는 프로그램매수 1246억원에 힘입은 바 크다. 프로그램매도는 272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인이 86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전일대비 7.8%하락했다. 삼성전자의 약세에 영향받아 SK텔레콤 등 대부분 대형주가 하락했고 아남반도체는 채권단의 지분매각 가능성으로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증권주는 약세를 지속했으나 오후들어 대형증권주가 나름의 이유와 CBO펀드 등의 추가손실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급락, 전반적으로 하락폭이 깊어졌다. 삼성증권은 삼성투신증권과의 합병 가능성으로, 현대증권은 현대계열사의 자금악화 전망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상승종목은 상한가 13개를 포함 103개이며 하락종목은 하한가 31개 포함 756개다. 거래량은 3억9099만3000주이며 거래대금은 2조4255억6000만원이다. 업종별로는 종금주만 소폭 상승했고 모두 하락했다.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며 코스닥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약세로 출발한 24일 코스닥시장은 저가매수세도 만만치 않아 오전 내내 120포인트선에서 매매공방이 펼쳐졌으나 오후들어 지수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팔자물량이 쏟아졌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7.22포인트(5.82%) 하락한 116.91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24일 기록한 연중최저치(115.46p)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2개월만의 최저치다. 투자자들의 관망이 지속돼 거래량은 1억7042만주, 거래대금은 1조5903억원에 그쳤다. 지수의 큰 폭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95개를 포함해 215개나 됐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70개 등 327개였다. 지수비중이 큰 종목들이 약세를 보인 반면 중소형 저평가종목들이 대거 강세를 시현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비중 상위 20개 종목중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은 동특(+4.09%)과 리타워텍(상한가) 뿐이었다. 반편 LG홈쇼핑 주성엔지니어링 등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이외에 CJ39쇼핑 이네트 대양이엔씨 옥션 한국정보공학 등도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자별로는 국내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8억원과 92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들은 12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기관중에는 증권사와 은행이 순매수를 나타냈으나 보험과 투신은 파는데 주력했다. LG증권 전형범 연구위원은 "저점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지만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악재"라며 "강한 반등이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그동안 소외주들이 틈새시장을 형성해 약진을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물시장에서도 근래 보기 드문 폭락 양상을 보였다. 특히 장중 반등 시도조차 없이 차례로 지지선을 하향 돌파해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선물시장은 개인과 외국인이 동시에 순매도로 나서며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지선이 제 역할을 못하며 오후 1시 4분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최근월물인 선물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5.45포인트 하락한 94.8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3시장도 거래소와 코스닥 폭락 여파로 동반 하락했다. 3시장의 수정평균주가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885원(-5.71%) 내린 1만4601원으로 마감했다. 강보합세로 출발한 이날 3시장은 양시장 하락에 영향을 받아 오후들어 약세로 반전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세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 주가폭락과 금리급등, 외국인 주식매도세 등 금융불안에도 불구, 오후내내 1113원대를 지켜오던 달러/원 환율이 마감을 앞두고 급하게 오름세를 타며 1114원대에 안착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환율상승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환율은 1113원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다 전반적인 공급우위속에서 장 막판 역외세력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달러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며 1.20원 오른 111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114원은 이날 거래환율 중 최고치여서 25일에도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296억원 주식순매도를, 코스닥시장에서 92억원 순매수를 각각 기록, 전체적으로 순매도규모가 204억원에 그쳤다. 지난주 19일 925억원 순매도, 20일 490억원 순매수에 이어 종잡을 수 없는 거래패턴을 보여준 것. 이날 외환시장에는 1억달러 미만의 송금용 달러매수세가 유입됐으며 환율흐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못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주가하락과 외국인 주식매도세에도 불구, 한동안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던 환율이 막판 은행권의 달러매수에 힘입어 오름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금융시장 여건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기 때문에 내일도 추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 현대그룹이 채권시장의 발목을 다시 한 번 붙잡았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지난주 조정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장기채 수익률이 급반등했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최종호가 기준으로 8.01%를 기록, 지난 6일 8.06%를 기록한 이후 20여일만에 다시 8%선을 상향 돌파했다. 채권시장은 개장초 매매호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거래가 위축, 시장참가자들의 혼란스러운 투자심리를 나타냈다. 결국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전주말보다 14bp 오른 8.01%, 3년물 회사채는 6bp 오른 9.11%로 마감됐다. 2년물 통안채는 8bp 오른 7.88%를 기록했다. 반면 1년물 통안채는 1bp 떨어진 7.41%, 3개월물 CD도 4bp 떨어진 7.11를 기록, 단기물 선호 현상을 반영했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현대그룹 문제가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함께 부상하면서 채권시장은 2차 현대쇼크를 경험했다. 지난주에 이어 조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 문제가 재등장하자 의외로 파장이 컸다. 투신권의 한 딜러는 “채권시장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완연한 조정기에 들어선 마당에 잊혀졌던 악재가 돌출함으로써 매수 에너지를 급격히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딜러는 그러나 “비과세 전용펀드가 이번주부터 발매되고, 채권전용 기관펀드도 5조원이 우선 조성되는 등 유동성이 보강되고 있기 때문에 악재의 확산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8.3%선까지 금리가 오르면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조정론에 대해 2차 현대쇼크는 지난 5월 1차때와 마찬가지로 수익률 조정이 어느정도 되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악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