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배당 신청 기각에 법원 압박 강도 높이는 민주당

by한광범 기자
2024.10.09 13:01:22

''판사 출신'' 법사위 野김승원 "법원 공정 포기한듯"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무죄추정 원칙에 큰 흠결"
''이화영 중형 재판부'' 자동배당에 지속적 불만 제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금정구 도시철도 구서역 인근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재배당 요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법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판사 출신인 김승원 의원은 9일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이 정한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며 “지금 법원은 공정을 포기한듯하다”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9년 6월의 징역을 선고한 재판부에 이 대표 사건을 배당한 것은 사실상 전심재판의 법관이 재판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제척·기피·회피 제도의 입법 취지, 무죄 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제척·기피·회피 신청사건 5860건 중 8건만 인용된 점을 언급했다. 이어 “검찰의 쪼개기 기소 등으로 공소권 남용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원까지 공정을 포기한 상태라면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 추정의 원칙에 큰 흠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편법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공소장일본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공범 지위의 피고인을 재판한 재판부가 또 다른 피고인을 재판을 맡지 않도록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적극적으로 인용·운영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피고인이 신청을 주저하도록 압박하고 신청을 하더라도 양형상 불이익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대북송금 사건이 배당된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신진우)에 의견서 형태로 재배당을 신청했다. 해당 재판부는 이 대표 기소 5일 전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1심에서 징역 9년 6월의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다. 아울러 올해 7월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 대표 대북송금 사건 배당 후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가 이후 서울중앙지법 사건과의 병합을 신청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은 재배당 신청 사유로 “현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 사건 1심 판결을 했기에 사건에 대한 예단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8일 이 대표 대북송금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는 “대법원 예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이런 경우에 대한 명확한 법률 문헌이 없어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면 또 다른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재배당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건 배당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검찰이 일부러 해당 재판부가 있는 수원지법에 사건을 기소했을 수 있다’, ‘수원지법이 전산 자동배당을 한 것이 맞느냐’는 항의가 법사위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다.

여기에 더해 이건태 의원은 이 대표의 재배당 신청 당일인 지난달 30일 공범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재판에 관여한 법관을 제척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7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 전 부지사를 유죄 판결한 그 재판장한테 이 대표가 재판을 받는 것은 불이익이 올 수 있다”며 “정당한 피고인 권리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면 이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은 발끈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입법권을 헌법 가치와 상식을 무시하며 오로지 당대표만을 구하기 위해 악용하는 부끄럽고 낯 뜨거운 모습”이라며 “명백히 형사 피고인이 판사까지 멋대로 선택하겠다는 반헌법적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대법원은 같은 재판부가 심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7일 국감에서 관련 질의에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여기에 대해서 조금 우려하는 부분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재판부가 동일하게 재판해도 현재 판례, 실무 관점에서는 위법하지는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