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이코” 난동 부리던 유영철, 교도관에 복종한 이유 보니
by강소영 기자
2023.11.27 10:10:4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사형집행 시설을 재정비하라’는 주문을 한 뒤 사형수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경우 눈에 띄게 고분고분해진 모습을 보여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형이 확정된 연쇄 살인범들을 현재 모두 수용하고 있는 서울구치소의 경우 교도관들의 교화활동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특히 출장 안마사 등 20여 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 유영철은 지난 9월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옮겨진 뒤 생활 태도가 나아졌다는 평이다. 2005년 6월 사형 확정 후 18년째 복역 중인 그는 “어차피 사형수라 잃을 게 없다”, “나는 사이코”라며 반성의 기미 없이 통제를 따르지 않는 모습으로 교도관들의 골칫거리였다.
또 그는 함께 수감 중인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엮이면 득이 될 것이 없다”며 기피 대상으로 여겼을 만큼 막무가내 행동을 보였지만 현재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는 서울구치소로 옮겨진 다른 사형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사형수들을 변하게 한 것은 한 장관의 한 마디 때문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 9월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사형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형 시설을 언제든 집행 가능한 상태로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유영철과 함께 자신들이 탄 차를 추월한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사살해 사형을 확정받은 정형구를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옮길 것을 명령했고, 유영철, 정형구는 물론 아내와 장모 등 10명을 죽인 강호순, 9명을 살해한 정두영 등이 모두 서울구치소에 모이게 됐다.
이들의 변화는 사형 집행에 대한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구치소는 사실상 즉시 사형집행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됐다. 현재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형수는 59명이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영구히 격리해야 할 범죄자들은 분명히 있다”며 사형집행 여부와 관계없이 사형제 자체를 존속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사형 집행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둠과 동시에 사형수 관리 및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으로 읽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