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중동…이 "가자지구 통제" 이슬람 "핵무기 조사"

by김정남 기자
2023.11.12 16:30:38

네타냐후, 또 가자 재점령 시사…논란 커질듯
"핵 조사해야"…이스라엘 성토 나선 이슬람권
'화약고' 긴장감…중동 찾는 美 핵심참모 주목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한 이슬람 국가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구상과 다른 가자지구 통제권을 갖겠다고 할 정도다. 이런 와중에 백악관 고위 참모가 또 중동을 찾으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TV 연설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가자지구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은 무장 세력을 수색하기 위해 자유롭게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확대·재편해 가자지구를 서안지구와 묶어 PA 통제 하에 두자는 미국의 ‘포스트 하마스 구상’과 배치되는 것이다.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극에 달해 있는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은 더 극심하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안보 통제권은 경우에 따라 가자지구 재점령으로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한때 이스라엘 정착촌까지 건설했지만 결국 2005년 철수했다. 그 뒤 PA가 가자지구를 통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2007년 내전 끝에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면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이 재점령을 추진한다면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대해서는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인질 239명이 모두 석방돼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즉각적인 휴전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맨 왼쪽) 등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들이 11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AFP 제공)


그러나 이스라엘이 별다른 저항 없이 가자지구를 통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이 상당한 탓이다.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특별 정상회의는 이스라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앙숙인 이란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유일한 해법은 요르단강(river)으로부터 지중해(sea)까지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할 때까지 이스라엘의 폭압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중단하고 이스라엘군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공격에 연루된 이스라엘인과 미국인을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이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포함해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 이라크 시아파 무장 정파 등을 포함한다. 이란이 움직일 경우 확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핵무기 보유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동안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 장관들은 핵무기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피한 핵무기가 있다면 이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하마스를 향해 인질 석방을 요구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가해진 피해의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조건 없는 휴전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사진=AFP 제공)


이런 가운데 중동 문제를 담당하는 백악관 고위 참모가 다시 중동을 찾기로 해 주목된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오는 1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 등을 만날 것이라고 현지 매체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보도했다. 맥거크 조정관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인질 석방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다.

그는 이스라엘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등을 방문한다. 카타르는 인질 석방 문제를 놓고 미국, 이스라엘, 하마스가 관여하는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나라다. 맥거크 조정관은 또 중동에 가는 길에 벨기에 브뤼셀에 들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설리번 보좌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중동 문제를 직접 챙기는 셈이다.

이스라엘이 마이웨이를 외치는 상황이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즉각 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동 확전 양상으로 가는 것도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