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다니, 결국 유상증자 철회…"투자자 손실 우려"
by방성훈 기자
2023.02.02 09:12:18
유상증자 추진한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 28% 폭락
공모가 크게 밑돌아 증자 참여 투자자 손실 불가피
"도의적으로 옳지 않아 중단 결정"…증자금 반환키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 최대 재벌 그룹인 아다니그룹이 결국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철회하기로 했다. 미국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가조작·회계부정 의혹 제기 이후 주가가 폭락, 공모가보다 낮아져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00억루피(약 3조원)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이날 “전례 없는 상황과 현재의 시장 변동성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공모증자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아다니 엔터프라이즈가 증자를 진행했던 주관사와 협의해 증자금 반환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유상증자는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여서 당초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힌덴버그가 아다니그룹이 주가조작과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공매도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유상증자 자체는 성공했다. 일반공모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청약률이 3%에 그쳤지만, 다음 날인 31일 아랍에미리트(UAE) 왕실의 도움을 받아 청약률을 92%까지 끌어올렸다. 인도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성공 기준을 청약률 ‘최소 90%’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주가가 28% 폭락해 1941.20루피에 마감, 공모가 범위(3112~3276루피) 하단보다 약 38% 낮아졌다.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비정상적인 주가 변동으로 이사회는 증자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힌덴버그의 폭로 이후 이날까지 아다니그룹 소속 상장사 7곳의 주가는 지속 하락했다. 현재까지 시가총액이 약 920억달러(약 112조 6080억원)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때 세계 3대 부자로 꼽히던 아다니그룹 창업자 가우탐 아다니 회장의 재산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