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서 마약 터진 남성 숨져...국내 첫 '보디패커' 확인

by박지혜 기자
2022.10.13 10:11: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몸속에 마약을 넣고 운반하는 이른바 ‘보디패커(body packer)’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오후 5시께 용산구의 한 주택에서 숨진 50대 남성 A씨의 몸속에서 마약이 발견돼 수사에 나섰다.

A씨의 사망 원인은 엑스터시 급성 중독으로 알려졌는데, 뱃속에서 마약류인 엑스터시 봉지 79개가 터진 채로 발견됐다.

또 A씨의 장기 안에선 6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케타민 분말 118g도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A씨가 태국에서 돌아오면서 몸속에 숨겨온 마약 봉지가 터지면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같이 몸 속에 마약을 넣고 운반하는 사람을 보디패커라고 하는데, 주로 중남미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운반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 마약 복용자가 아닌 보디패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태국 세관은 지난 6월 9일 푸껫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적의 여행객 한 명을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했다. 사진은 남아공 국적 마약 밀수범의 몸을 찍은 엑스레이 모습 (사진=태국 세관국 페이스북)
지난 6월 9일 태국 푸껫에 들어온 남아공 국적의 20대 남성이 보디패커로 적발돼, 그의 엑스레이 사진이 태국 세관국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그의 몸 안에선 1.49㎏에 달하는 115개의 코카인 봉지가 나왔으며, 우리 돈으로 약 1억6000만 원어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디패커는 체내에서 마약 봉지가 터지면 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한 일본 남성이 멕시코시티에서 일본의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사망했다.

그의 위장과 장에는 무려 246개의 코카인 봉지가 들어있었고, 이동하던 중 봉지가 터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숨진 사실을 신고한 동거인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정확한 마약 반입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었지만,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이 2012년 9255명에서 2021년 1만6153명으로 2배 가까이 늘면서 경각심을 높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