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벌써부터?”..폭염·미세먼지에 가전업계 기대감↑

by김종호 기자
2019.03.10 15:03:36

폭염 예고·최악 미세먼지에 에어컨 구매 심리 앞당겨져
유통·가전업체들 줄줄이 할인행사 일찍 열어 수요 대응
공기청정기 이어 에어컨 매출 늘면서 1~2분기 실적 기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2019년형 무풍에어컨’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최근 들어 에어컨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보통 4월 중순부터 여름을 대비한 소비자의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늦겨울인 3월 초부터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도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최악의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에어컨 구매 심리가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유통 및 가전업체는 판촉 행사 등을 예년 대비 1~2개월가량 일찍 열어 빨라진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공기청정기에 이어 에어컨 판매 호조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가전업계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오는 20일까지 전국 120여개 점포에 ‘공기청정 에어컨’ 특설 행사장을 마련하고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에어컨 할인행사를 4월이 아닌 3월에 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마트가 평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에어컨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올여름 예고된 폭염과 최근 지속되는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에어컨을 찾는 소비자의 발걸음이 벌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 1~2월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대비 1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역시 같은 기간 에어컨 매출이 전년 대비 131%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여름 무더위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짧은 장마로 시작된 더위는 지난해 7월 13일부터 무려 43일간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8월 1일 서울 기온은 39.6도까지 치솟으면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을 새로 썼다. 기상청 등이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고하면서 에어컨을 미리 장만하려는 수요가 일찌감치 시작됐다.



여기에 연일 이어지는 최악의 미세먼지도 에어컨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에어컨을 줄줄이 출시하면서 ‘올인원(All-In-One)’ 기능을 갖춘 만능 에어컨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이처럼 예년보다 빨라진 에어컨 수요에 이마트 등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도 기존 4~5월에 진행하던 자체 에어컨 할인행사를 이보다 앞당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올여름 더위에 서둘러 대비하려고 나선 데다, 미세먼지 악화로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구매도 늘면서 기존 여름철에 집중됐던 에어컨 수요가 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통 업체뿐만 아니라 가전업체들도 빨라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공기청정기와 함께 에어컨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가전업체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일일 판매량은 지난주 매일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대유위니아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85%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가전업체들은 공기청정기에 이어 에어컨 판매량 역시 예년 수준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늘어나는 에어컨 주문량을 따라가기 위해 경남 창원공장의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렸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등 계절 가전이 가전업체 실적에 크게 개입할 것”이라며 “특히 1~2분기 실적은 계절성이 뚜렷하게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LG전자 직원이 경남 창원사업장에서 ‘휘센 씽큐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에어컨 생산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사진=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