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인제 땅 잡아라”..정상회담 훈풍에 강원도 접경지 ‘들썩’
by권소현 기자
2018.04.26 08:16:27
남북평화 무드에 토지시장에 봄바람 불어
"잃어버린 10년 찾나"…고성 땅값 3.3㎡당 15% 가량 상승
철원·인제·양구도 투자문의 늘어…거래도 증가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파주 문산 등 경기도권뿐 아니라 강원도권에서도 북한 접경지역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고성은 금강산 육로 관광 길목이었던 만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바로 수혜를 입을만한 곳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강원도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고성군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는 3.3㎡당 30만~40만원 수준이다.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 3.3㎡당 25만~35만원 하던 것이 5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곳은 3.3㎡당 100만원까지도 부른다. 현지 한 공인중개사는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들리면서 민통선쪽 토지 투자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아직 땅값이 뛰는 수준은 아니고 투자자들이 관심있게 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도 크게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강원도 고성군 토지 거래량은 625필지로 전달에 비해 77% 급증했다. 작년 한 해 월평균 거래량 341필지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지난 2012년 11월 1121필지 거래된 이후 최대다.
강원도 고성지역은 한때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호황을 누렸다. 도로를 따라 줄줄이 식당과 건어물 등 토산품을 파는 가게가 들어섰고 상점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2003년 9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첫 해 4개월간 3만60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2007년에는 관광객 34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왕자씨가 북한군에게 피격당해 사망한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이 지역 상가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강원도에 따르면 2015년 고성군 관광지 방문객수는 총 595만3000명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직전인 2007년 627만명에 비해 5.32%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다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 다른 고성군 공인중개사는 “금강산 관광만 재개가 되면 다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땅값이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여기에 강릉에서 나진·두만강까지 이어지는 동해북부선 철도망 건설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현재 고성 제진에서 북한 감호를 연결하는 구간은 연결돼 있지만 남쪽 강릉~고성 제진 104.6㎞ 구간은 단절 상태다. 이를 연결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까지 육로로 갈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고성군 뿐 아니라 군사분계선과 접하고 있는 강원도 인제와 철원, 양구 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인제군 토지 거래량은 310필지로 전달에 비해 89% 증가했고 철원군과 양구군도 각각 46%, 35% 늘었다.
강원도 철원지역은 경원선 연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경원선은 현재 백마고지역에서 끊기지만 철원·월정을 거쳐 북한 가곡·평강역까지 복원되면 철원지역이 크게 뜰 것이란 기대가 높다. 철원에서 금화·금성·내금강까지 이어지는 금강산선도 복원되면 철원은 관광 기점이 될 수 있다.
철원 인근 공인중개사는 “남북 관계가 해빙되면서 토지 구매 문의가 늘었고 실제 매수하는 이들도 있다”며 “팔아달라고 내놨던 땅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땅주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지금 철원에서는 주로 적은 평수의 소액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돼 경원선 복원 결정 등이 내려지면 땅값이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