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성동조선 살려달라"..난처한 삼성重

by안재만 기자
2012.03.12 11:16:41

통영 정치권·금융계, 삼성重에 성동조선 위탁경영 압박
대우조선-현대重 전례 있어..삼성 `떼쓰기에 곤혹스럽다`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을 인수했고 대우조선해양이 대한조선을 위탁경영하고 있습니다. 4대 금융지주는 저축은행을 인수했고요. 바야흐로 대기업이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삼성중공업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삼성중공업(010140)이 들끓는 통영 민심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주잔량 기준 세계 8위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방안 때문이다. 최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추가 자금지원안이 마련됐지만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굵직한 업체가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삼성중공업을 괴롭히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표적이 된 이유는 `너만 아무것도 안했다`는 논리 탓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을 위탁경영했다가 아예 인수해버렸고, 대우조선해양이 대한조선을 위탁 경영 중에 있다.

성동조선해양 본사. 비상경영체제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놨다(사진=성동조선 홈페이지)
지리적 요건도 한몫한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이 있는 통영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제에 위치해 있다. "아예 인수에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게 통영 및 금융권의 기대다.

때마침 총선 정국이 펼쳐지며 이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몇년째 계속되는 불황으로 중소형 조선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는 곧바로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성동조선의 정상화를 부르짖고 있다.



공천을 신청한 현 이군현 의원(새누리당)은 조선소 활성화 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조선소는 개인기업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만큼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성동조선의 정상화에 노력했고, 19대 국회에서도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의원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분류한 뒤 예비후보들이 `강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주통합당의 홍순우 후보측 또한 비슷하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일반 선박보다는 해양플랜트나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고 있으며 성동조선에 힘을 기울일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이 범 현대가였다는 공통점이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어 대한조선을 맡았다는 점에서 삼성중공업과는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