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포토에세이]기자처럼 인물 찍기, 팁5

by김정욱 기자
2007.07.11 10:44:05

[이데일리 김정욱기자] 옷장 깊숙이 고이 모셔둔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처음으로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카메라는 집안의 '가보'쯤으로 여겨지며 함부로 손대지 못할 물건이었다.

최근 '디카'의 열풍으로 보급형 '똑딱이' 카메라부터 소위 전문가용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카메라까지 사진에 대한 관심 영역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사진을 찍는 행위. 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것이 바로 인물사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사진은 사실의 기록이다. 단지 그 사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진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

인물 사진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본 팁을 숙지하면 심심하지 않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 사진 속 사다리는 의자 역할 뿐 아니라 전체적 균형을 맞춰주는 중요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가수 손담비)

인물 사진에서 종종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소품이 이용된다. 의자, 탁자, 천, 꽃 등 여러 종류의 소품들이 인물을 부각시키며 사진의 구성을 마무리짓는다.

위 사진에서 사다리는 의자 대용으로 쓰이며 모델의 늘씬한 몸매와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삼각형 구도로 자연스레 시선을 모델의 상반신, 얼굴로 이동시키며 인물에 대한 집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소품 하나가 사진의 전체적인 균형을 좌지우지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충분히 좋은 소품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인물의 시선이 꼭 렌즈를 향할 필요는 없다. 고정관념을 깨자. (사진=배우 하정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인물의 시선을 카메라의 렌즈로 향하게 한다. 시선처리 하나로 인물의 느낌을 충분히 살릴만큼 숙련된 모델이 아니라면 밋밋한 사진이 나오기 십상이다.

인물의 시선을 과감히 렌즈 밖으로 빼보자. 모델에서 평소 느껴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 하정우.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는 하정우의 모습에서 영화 '두번째 사랑'의 극중 인물 '지하'를 엿볼 수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일방적이며 직설적이다. 하지만 렌즈를 피한 시선은 보다 자유롭고 여운을 남긴다. 또한 사진을 보는 이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여지를 준다.




인물사진에서 배경(Background)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멋진 풍경앞에서 누구나 한번씩 기념촬영은 해보았을 것이다.

배경과 인물을 동시에 잘 살리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 화려한 배경으로 인해 인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단순한 풍경사진으로 전락되는 상황을 자주 경험해봤을 것이다.

주위의 배경을 잘 살펴보자. 배경마다 특징이 있다. 위 사진은 영화 '리턴'의 제작보고회 현장인데 주요 출연진의 얼굴이 담긴 대형 배너가 배경으로 쓰인 사진이다.

배너 앞에 서 있는 인물 자체의 느낌보다는 배경 속에 담긴 이미지를 통해 극중 인물의 느낌을 대신 설명해 주고 있다. 배너속 인물의 강렬한 눈빛이 실제 인물의 미소와 교차되며 사진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 인물의 정면 사진은 제일 재미없는 사진이다. 위, 아래, 양 옆 모든 각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라. (사진=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일반인들이 사진찍을 때 가장 쉽게 범하는 실수는 사진찍는 자신은 가만히 있으면서 피사체를 움직이려 하는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은 모름지기 많이 움직여야 한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좋은 구도를 찾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면 사진은 재미가 없다. 너무 설명적이다.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느낌은 틀려진다. 위 사진 중 왼쪽은 밑에서 인물을 올려다본 구도다. 모델이 카메라를 내려다보며 무언가 무게감이 느껴진다.

반면에 오른쪽은 인물을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다. 왼쪽 사진과는 다르게 한결 부드럽고 편한 느낌임을 알 수 있다.

정면 사진을 피하자. 인물의 느낌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각도와 구도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얼짱' 각도도 결코 정면에서는 나올 수가 없다.


그림에만 여백의 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속에도 때론 여백이 필요하다. 인물로만 꽉 찬 사진은 숨쉴 틈이 없어서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사진을 볼 때 보통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이동한다. 이때 공간의 여백이 시선 이동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여백이란 단순히 빈 공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속에서 주체가 되지 않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