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동 기자
2006.09.15 12:24:58
도심 땅값 15년만 상승, 공실률 14개월 연속 하락
해외 투자자들, 일본 부동산 공격적 투자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1989년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미쓰비시는 미국 뉴욕의 록펠러센터 매입을 발표했다. 미국의 상징적 건물인 록펠러센터가 일본 기업에게 팔렸다는 소식에 '미국의 혼이 팔렸다'는 탄식이 터지면서 미국 전역이 떠들썩했다. 1990년에는 일본 부동산 업체 미노루이수타니 그룹은 세계 최고 골프장의 하나인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골프 코스를 사들였다.
일본의 집값은 1985년을 시작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미쓰비시 에스테이트와 모리 트러스트는 지난 5일 도쿄 중심가 고층빌딩의 5년 만기 임대료를 10~50%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임대료 협상을 시작한 후 7개월 만에 결국 임대료 인상에 성공한 셈이다. 미쓰비시 에스테이트는 도쿄 외에 오사카와 나고야 지역에서도 만기가 정해진 임대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모리 트러스트는 기존 입주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새로 입주하는 입주자들에게는 50% 인상된 임대료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빌딩 임대료를 올린 것은 2000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에 따른 부동산 값 상승을 노리고, 일본 부동산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땅값 하락세 안정..도심 땅값, 15년만에 상승
집값 하락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일본 경제는 물가하락과 내수 침체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고, 도심 지역에서는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체 토지 가격은 전년 대비 2.8% 하락해 15년 연속 하락했다. 그렇지만 땅값 하락률은 2003년 6.2%, 2004년 5% 등으로 3년 연속 하락세가 둔화돼 바닥이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해 도쿄 지역의 상업용지 가격은 평균 1% 상승했다. 도쿄 지역의 상업용지 가격이 연간 기준으로 오른 것은 199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도쿄 외에 오사카와 나고야 등의 상업용 토지 가격도 15년만에 처음으로 각각 0.8%, 0.9% 올랐다. 올 들어 도쿄 인근에는 고급 아파트 건설 붐이 불고 있다.
민간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반영하는 도쿄 증권거래소의 부동산투자신탁(REITs) 지수는 지난 5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의 부동산 투자 자회사인 RREEF의 존 다나카 이사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분명히 끝났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 ‘일본 부동산 사자’
일본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해외 투자자들의 동향에서도 분명하게 감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과 홍콩, 호주, 캐나다 등에 투자하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리얼 에스테이트 증권 펀드’를 설립, 리츠와 부동산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지난해 1월 미쓰비시로부터 도쿄 중심가의 32층짜리 빌딩을 14억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모간스탠리는 전 세계적으로 400억달러의 부동산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 태국, 홍콩, 태국 부동산에 투자했다.
투자은행 외에 미국의 연기금펀드들도 미 달러 약세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리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