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은 언제 금리를 올릴까"

by정명수 기자
2004.04.14 10:43:47

고용지표 바닥통과..하반기 인상 가능성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3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시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달초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0만건 늘어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이 기사는 오전 10시28분 edaily의 유료 채권프로그램 "마켓플러스"를 통해 출고됐습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금리인상 압력은 임계점에 다달았다.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언제, 얼마나 금리를 올리느냐"가 시장의 화두가 됐다. ◇TIPS 인기 급상승 펀더멘털을 선반영하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라면 미국 국채시장은 벌써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을 채권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인플레 방지 국채(Treasury Inflation Protected Securities:TIPS) 가격이 치솟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10년만기 국채와 10년만기 TIPS의 스프레드는 240bp를 넘어섰다. 지난 3월3일 248bp를 기록한 이후 다시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 일반 국채와 TIPS의 스프레드는 시장이 느끼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비례한다. TIPS는 인플레이션을 감안,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에 보통 국채보다 수익률이 낮다. 인플레가 1%,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3.5%라고 하자. TIPS 수익률이 2.5% 이상만 되면 일반 국채보다 TIPS가 유리하다. 인플레를 감안한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2.5%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일반 국채와 TIPS 수익률의 차이가 시장이 예측하는 인플레이션인 셈이다. 핌코와 같은 미국 채권시장의 큰 손들은 벌써부터 TIPS 투자를 강화했다. 인플레이션의 공격을 피하자는 전략이다. ◇FRB의 선제적 통화정책 TIPS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리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연준리가 지금까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리는 과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긴축정책을 펴곤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연준리의 선제적 정책은 짧으면 7개월, 길면 1면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 연방기금금리는 소비자물가가 고점을 찍기 1년6개월 전에 고점을 형성했다.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1년6개월 먼저 금리를 올린 것이다.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연준리가 저금리 정책으로 돌아서기 직전인 2000년에도 7개월 정도 선행해서 금리 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매우 안정된 상태다. 고유가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전년동기대비 2%선을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준리의 칼`은 늘 금리가 낮을 때 칼집을 빠져나왔다. ◇고용지표와 금리의 함수 그린스펀이 인내심을 발휘하는 두번째 이유는 고용시장때문이다. 특히 신규 일자리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저금리 정책의 기본적인 배경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가계를 대상으로 수집, 산출된다. 반면 일자리 통계는 기업 사이드의 통계다. 이달초 발표된 3월 고용지표에서도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신규 일자리는 대폭 늘어났다. 연준리는 실업률과 함께 일자리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고용지표 중에서도 실업률은 일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행적이다. 고용시장 회복 초기에는 구직을 포기했던 실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순간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금리저점은 실업률을 보라 아래 그림은 1980년부터 실업률과 연방기금금리의 상관 관계를 그린 것이다. 금리의 고점과 실업률의 저점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를 그대로 따른다면 연방금리는 현 시점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시장의 예측과도 일치한다. 연준리가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생각하는 시장참가자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하반기 중 단행 가능성 "연준리가 언제 금리를 올릴까"라는 질문의 단초는 신규 일자리에 있다. 일자리 추이가 방향을 바꾼 이후 연준리의 정책이 뒤따라 바뀌는 사례가 여러차례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1980년 이후 일자리와 연방금리 추이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연준리는 1986년 8월 금리인하를 중단한다. 때마침 신규 일자리도 전월대비 감소에서 증가로 반전된다. 이로부터 1년7개월 동안 연준리는 5~6%대의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 198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한다. 1990년대 초반에도 비슷한 정책 사이클이 보인다. 1991년 9월 신규 일자리가 저점을 찍고, 상승 추세로 돌아섰지만, 연준리는 1993년 2월까지 1년5개월동안 금리인하를 계속한다. 연방금리는 3%선에서 1년여를 더 머물다가 1994년 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 6%대까지 수직 상승하게 된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리가 금리인상에 실기, 국채 시장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한 시기가 바로 이즈음이다. 정리하면 연준리는 고용지표가 바닥을 찍은 것을 확인한 이후에도 최대 30개월 정도 펀더멘털 지표를 살펴본 후에 긴축을 단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 사이클은 어떨까. 신규 일자리 지표는 이미 2002년 2월 하락 사이클을 마감하고 저점을 찍은 것으로 나온다. 연준리는 1991년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지표가 저점에 도달한 이후에도 1년4개월 동안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춘 후, 지난해 6월 연방금리를 1%로 고정하고 금리인하를 중단했다. 연준리가 과거 `정책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면 1994년의 경우처럼 1년 정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후 2004년 6월 이후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금리인상의 폭은 일단 연준리가 금리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 잡으면 그 폭과 속도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1988년의 경우 연방금리는 1년5개월간 6.5%에서 9.5%로 300bp 상승했다. 1994년의 경우도 3%에서 6%로 300bp 상승하는데 1년4개월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이번 정책 사이클에서도 300bp 가량 금리가 상승한다면 2006년초까지 연방금리는 4%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얼마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의 로버트 패리 총재가 언급한 `연방금리 3.5% 주장`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연준리는 1980년대부터 앨런 그린스펀이라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코노미스트가 지배해온 조직이다. 연준리가 비슷한 정책 사이클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련한 그린스펀이 과거 20년간 보여줬던 `습관`을 답습한다면 미국 국채 시장은 지금 폭풍 전야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