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헤시라스號, 수에즈 운하 통과..역대 최대 선박량

by김영환 기자
2020.05.26 09:41:03

유럽항로 국적선 직접 투입..글로벌 핵심항로 복원

세계 최다 선적량인 1만9621TEU를 싣고서 유럽으로 출항한 ‘HMM 알헤시라스’호가 25일 오후(한국시간) 수에즈운하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가 ‘세계 최대’ 수에즈(Suez) 운하를 25일 안전하게 통과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명명식이 거행됐던 2만4000TEU급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아시아의 홍해와 유럽의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운하는 선박 길이 400m, 넓이 77.5m로 통항을 제한하고 있다”라며 “‘HMM 알헤시라스’호의 선박 길이는 399.9m, 넓이 61m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 중 역대 최대 선적량의 선박”이라면서 알헤시라스호의 근황을 전했다.

수에즈운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로 아프리카를 우회했을 때보다 약 5600km 거리를 단축 할 수 있다. 알헤시라스호는 수에즈운하를 지나 내달 3일 유럽의 첫 번째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다.

알헤시라스호는 지난달 28일 부산항 신항에 첫 입항한 이후 중국 닝보와 상하이를 거쳐 이달 7일에 옌톈에 입항했다. 지난 8일에는 최대 선적량인 1만9621TEU를 싣고 유럽으로 출항하면서 최다 선적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1만9621TEU는 지난해 극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주간단위 전체 물동량 20만TEU의 약 10%에 해당한다. 생수(500ml)를 싣는다면 약 5억 9000만개를 실을 수 있는데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 인구약 5억1300명이 한 병씩 나눠 먹고도 남는 양이다.



윤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부처와 금융기관, 해운사, 조선사 등이 국적 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라며 “‘HMM 알헤시라스‘의 쾌거는 지난 2년간 민관이 협력하여 거둔 눈부신 성과로, 한국 해운 재건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HMM 알헤시라스’호가 운항하는 유럽 항로는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HMM)도 경영이 악화되어 국내발 유럽 수출화물을 주로 외국 국적 선박에 의존한 채 항로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항로”라며 “우리 국적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직접 투입함으로써 잃어버린 글로벌 핵심항로를 되찾게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알헤시라스에 이어 세계 최대 컨테이너 2호선 ‘HMM 오슬로(Oslo)’는 지난 11일 부산 첫 입항을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 닝보, 옌톈을 거쳐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고, 3호선 ‘HMM 코펜하겐(Copenhagen)’도 지난 25일 부산항에 첫 입항을 했다. 앞으로 9월까지 총 12척의 선박이 유럽항로에 모두 투입되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 1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윤 부대변인은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12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한 역사가 12척의 컨테이너선으로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오늘의 쾌거로 이어져 현재의 국난을 극복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난 14일 김정숙 여사는 알헤시라스호가 세계 선박 사상 가장 많은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아시아를 떠나 유럽으로 출항하게 된 쾌거를 축하하고, 해협과 운하를 통과하게 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안전하게 항해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