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강국)①"땅위 유전으로 에너지 독립"
by정태선 기자
2008.11.26 10:35:26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고도화 설비 투자, 흔들림 없이 진행된다"
SK에너지(096770) 김명곤 R&M(석유사업 및 공장운영) 사장의 말이다.
SK에너지는 인천에 하루 생산량 4만배럴 규모의 네번째 고도화 설비(HCC)를 증설하고 있다. 2011년 3월까지 모두 1조 5200억원을 들여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금융위기 등으로 기업들이 보수경영에 나서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보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SK에너지의 고도화설비는 예정대로 건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설까지 가동되면 SK에너지의 총 고도화 처리능력(20만 2000배럴)은 하루 20만 배럴을 넘어선다. 전체 설비에서 고도화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고도화 비율)도 현재 14.5%에서 17.6%로 높아진다.
SK에너지가 지난 10월 3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한 것도 '땅 위의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고도화 설비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3분기 매출은 14조3162억원, 영업이익 7330억원, 순이익 47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두배를 넘었고, 영업이익은 75%, 순이익은 40% 늘어났다.
물론 4분기 그리고 내년 경기와 실적에 대한 우려는 있다.
SK에너지가 일단 3분기 돋보이는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월 울산CLX내 하루 생산량이 6만배럴에 달하는 세번째 고도화설비(FCC)를 본격 가동시킨 덕이 크다.
이 시설은 앞서 지은 제1중질유분해공장(4만 5000배럴)과 제2 중질유분해공장(5만 7000배럴)의 규모를 웃도는 것이다.
고도화설비를 통한 생산량이 하루 16만2000배럴로 국내 정유회사 중 가장 많아지면서 수익률이 개선됐다.
원유를 정제해서 바로 석유제품을 생산 판매해 얻어지는 정제마진은 최근 마이너스 3달러(두바이 단순정제마진 기준)까지 내려갔다. 이럴때 일수록 찌꺼기를 다시 재정제해 부가가치를 올리는 고도화 설비가 수익을 담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공장가동으로 SK에너지는 연간 3조 4000억원의 원유도입비용 절감효과 및 연간 4조원의 석유류 제품 수출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간 약 7조원 이상의 국제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 SK에너지는 규모면에서 정유업계 맏형으로 통하면서도 고도화 설비 투자는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세번째 시설을 포함해도 고도화 비율은 14%대 수준. 아직까지 국내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은 현대오일뱅크의 14.9%에도 밀린다. 고도화설비로 생산하는 절대 정제량은 가장 많지만 비율면에서는 뒤져있는 것.
S-Oil은 고도화 설비 덕택에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고도화 비율이 25.5%로 국내 선두다. 시장점유율은 3위에 머물러있지만 영업이익률이 가장 앞서는 이유다.
| ▲ 울산공장 고도화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최태원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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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 작년초 기준으로 고도화 비율이 미국 55.8%, 독일 36.7%, 이탈리아 46.9%, 일본 24.6% 등을 보이고 있다.
벙커C유가 원유 정제량의 절반 가까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는 사실상 자국에서 생산되는 벙커C유 전부를 재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SK에너지가 고도화설비 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성없는 자원확보 경쟁, 급등락하는 유가 등을 고려한다면 고도화설비는 그나마 외부의존을 줄일 수 있는 자구책이 될 수 있다.
SK에너지는 3기 고도화설비를 완성하면서 최첨단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운영능력까지 개선시키고 있다.
김명곤 사장은 "울산에 세번째 고도화설비를 완성하면서 SK에너지는 평균 2년 정도 걸리는 공기를 15개월로 9개월여나 단축했고, 통상 3개월이 걸리는 시운전 기간을 2개월로 줄이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고도화설비는 원가부담을 줄여주는 등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SK에너지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대내외적인 투자여건이 불안하지만 차질없이 네번째 고도화시설 완공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