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증시 재반등)①위기국면 탈출이냐

by장순원 기자
2008.08.21 11:30:00

`인플레+무역적자` 우려 진정..증시 기초체력 강화
일일변동폭 확대 등 `호재`만발..상품가 진정 등 외부 여건도 긍정적
본격적인 반등여부는 글쎄..아직 변수 많아

[이데일리 장순원기자] 베트남 증시가 `리틀차이나`의 위상을 소리 없이 찾아가고 있다. 하반기 들어 현재까지 베트남 증시는 25%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6월20일 기록했던 올해 저점(366.02) 대비로는 40%나 치솟았다. 최근 베트남증시의 재반등의 의미를 짚어보고 투자전략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베트남 증시가 크게 달라졌다. 무려 60% 가까이 밀리며 세계 최악의 증시란 오명을 썼던 상반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특히 7월 이후 이머징 시장의 대표주자 중국이 4.8% 이상 빠진 가운데 인도가 12% 상승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오름세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베트남 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탈피하고, 회복세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하반기 들어 선전하고 있는 것은 최근 베트남 경제상황과 밀접하다. 그간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증시의 기초체력이 강화됐다.

▲ 베트남 VN 지수 추이


우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베트남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 27.04%를 기록 1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우려할 수준이긴 하지만 증가세 만큼은 눈에 띄게 줄었다. 베트남의 7월 물가상승은 전월보다 1.1% 증가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6월에는 전월보다 2.1% 상승했었다.

무역적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무역적자는 150억달러로 전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6월 이후 무역적자는 크게 줄었다. 6월과 7월 무역적자는 각각 7억3천600만달러와 8억달러로 5월의 28억5천만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응웬 반 저우 베트남 중앙은행(SBV) 총재도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200억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 최대 증권사인 사이공 증권의 응웬 더이 홍 최고경영자(CEO)는 "개선되고 있는 경제지표가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반기 조정을 거치며 저가 매력이 커진데다, 8월 들어서 증시에 호의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베트남 증시는 큰 폭으로 도약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지난 달 휘발유 가격을 30% 넘게 인상했던 베트남 정부는 지난 14일 기름값을 5.3% 인하한다고 밝히며 인플레 우려를 덜어줬다. 이를 두고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달 휘발유 가격을 31% 인상한 것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의미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15개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0.5%포인트 가량 낮춘 것도 호재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모간스탠리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베트남 증권위원회가 증시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호치민 증권거래소의 일일 가격 변동 제한폭을 18일부터 종전 3%에서 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인터내셔널 시큐리티즈의 카오 티 홍 제너럴디렉터는 "변동폭 확대는 주식시장에 좋은 소식"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지수가 더욱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이 호재가 이어지자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베트남 증시는 16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물가를 자극하던 곡물과 석유 등 상품가격이 가파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지난 7월 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는 현재 2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원유생산국이지만 정제유를 전량 수입하는 베트남으로선 유가 하락은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인플레 압력을 낮출 수도 있는 일거 양득인 셈이다.

19개 상품가격을 토대로 산출하는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를 통해서도 상품 시장의 약세는 확인된다.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지난 7월 초 473포인트 이상을 기록했지만 이후 17% 가량 내리면서 400포인트 이하로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곡물 가격의 안정세는 당국의 큰 걱정거리를 덜어줬다. 3분기들어 옥수수가 30%, 콩이 20%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은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셈이다.


베트남 증시가 최악 국면을 벗어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추세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 등 경제의 기초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당국의 긴축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20일에도 베트남 중앙은행은 은행간 1일물 대출금리를 하루기준 0.03%(연율 10.8%)에서 0.0417%(연율 15%)로 인상했다.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들의 단기대출 비용이 증가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BV는 금리 인하도 당분간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당국이 다시 긴축의 고삐를 조인다면 베트남 증시는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후퇴가 가시회된 상황에서 베트남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지도 관심사다.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라 베트남 정부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계속된 긴축으로 성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올 베트남의 성장률은 이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7.9%보다 둔화된 수치다. 베트남의 지난 5년 평균 성장률은 8%였다.
 
베트남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9%에서 7%로 하향 조정했을 정도다.

킴 엥(Kim Eng) 증권의 응웬 녹 트오이 베트남 지역 부사장은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거시적인 경제정책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면서 "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안정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