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해도 물가불안 크지 않다"-블랜치플라워

by강남규 기자
2006.05.25 11:06:40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중앙 은행가는 석유가격 급등 자체가 아니라 2차 충격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금융정책위원회(MPC) 멤버로 지명된 미국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54)가 하원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고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그는 유가급등이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는 요지의 의견을 피력했다. 대신 노동자들이 유가 인상분을 급여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의 2차 여파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름 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촉발 시키고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한다. 연 2%라는 물가안정 목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6월 7~8일 열릴 금융정책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지지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 나는 데이터를 아주 중시하는 사람이다. 열린 마음으로 데이터를 보겠다”고 진술했다.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더 시티는 블랜치플라워의 이날 발언을 근거로 영란은행이 6월 회에서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점치고 있다.



금융정책위원회는 지난 5월 3~4일에 열린 회의에서는 기준 금리를 연 4.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었다. 현재 금리는 위원회가 지난해 7월7일 4.75%에서 0.25% 포인트 내린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 위원 6명은 금리동결을, 한 명은 인하를, 다른 한 명은 인상을 주장해, 결국 동결이 결정됐다.



블랜치플라워는 리처드 프리먼과 함께 ‘선진국의 청년 고용문제(Youth Employment and Joblessness in Advanced Countries)’ 등을 펴내는 등 노동시장에 관심이 많은 경제학자이다.

그는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경제학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영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이중 국적자이다. 노동당 정부의 실세이고 재무장관인 고든 브라운의 지명을 받아 금융정책위원회 멤버가 됐다.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 데, 영란은행 총재와 부총재 2명,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장 집행위원 등 5명은 중앙은행 인사이더이다. 나머지 4명은 재무장관이 임명한 아웃사이더이다. 현재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블랜치플라워는 기존 멤버 대신 위원으로 지명됐기 때문에 위원회는 계속 8명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