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늘고있지만 크게 부담되지않는 수준"-한은

by손동영 기자
2001.02.21 12:00:43

지난해부터 가계의 빚부담이 급격히 커지고있지만 갚을 능력은 아직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한은은 21일 발표한 "가계의 금융부채 현황및 상환능력"이란 자료를 통해 "최근 은행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신용카드 대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가계의 부실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있으나 가계대출 연체율, 소득대비 부채비율, 이자상환비율등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98년말 27.7%에 머물렀으나 99년말 31.3%, 2000년말 34.7%로 점차 커지고있다. 그러나 개인부채의 증가율은 12% 수준에 머물러 외환위기 이전의 20~60%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 개인부채의 형태도 많이 변하고있다. 은행대출은 99년 23조7000억원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 1~9월중 18조8000억원이 늘어났다. 신용카드관련 대출은 99년 3조9000억원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 1~9월중 11조8000억원이나 급증했다. 99년4분기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빚이 이처럼 늘었지만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현재 1.5%로 98년말의 5.4%나 99년말의 2.8%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있다. 다만 한은이 국민등 9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을 잠정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말 2.1%에서 지난 1월말 2.9%로 상승했다. 경기둔화가 연체율에 반영되는 양상이란 분석이다. 소득과 비교한 가계의 이자지급부담 비율은 지난 98년중 12.2%에서 99년중 10.9%로 낮아졌다. 2000년에는 부채규모가 늘고 현금서비스 이용이 급증했지만 가계대출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이자지급부담이 약간 늘었을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부실가능성이 제기되고있지만 아직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앞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실업도 증가하는등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주식등 자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 개인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