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과 만난 최윤범, 경영권 방어 총력…24일 1차 분수령(종합)
by하지나 기자
2024.09.22 19:07:03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회동..공감대 형성
LG화학·한국타이어그룹도 직간접적 지지
10월초 막판 대항 공개매수 여부 결정할 듯
MBK, 24일까지 매수가 상향 여부 결정해야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한화그룹과 LG화학 등이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경쟁을 앞두고 최 회장이 전방위적 자금 확보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 주식 10%가량을 보유한 이들이 잇따라 지지선언을 하면서 최 회장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훌쩍 뛰어넘는 70만원대로 급등한 상황으로,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MBK·영풍은 오는 24일까지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할지 결정해야 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지난 추석 연휴에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최 회장은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고, 이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 역시 고려아연과 .2022년 전구체 생산을 위해 합작사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를 설립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고려아연과의 미래사업 협력에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직간접적으로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화그룹과 LG화학은 고려아연 지분을 각각 7.75%, 1.89% 들고 있다. 지난해 말 MBK의 공격을 받았던 한국타이어그룹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국타이어는 고려아연 지분 0.7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뿐만 아니라 최내현 켐코 회장,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 등도 일본과 호주 등 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아크에너지를 이끌고 있는 최주원 대표의 경우 호주내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며 최윤범 회장을 적극 지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 회장 또한 지난 추석연휴였던 17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협력사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려아연은 소프트뱅크가 첫 투자한 에너지 기업인 에너지볼트에 2022년 600억원을 투자하며 서로 인연을 맺었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현재 고려아연 지분 0.8%가량을 보유 중인 한국투자증권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최 회장 입장에선 지분 매입과 의결권에서 힘을 실어줄 우군 확보가 중요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최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장씨 일가를 상대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줄소송을 예고했다. 고려아연과 함께 공개매수 대상인 영풍정밀은 영풍그룹이 MBK와 맺은 주주간 계약으로 영풍이 손해를 봤다며,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 김광일 MBK 부회장, 영풍의 사외이사 3인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됐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 전원이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를 공식화하는 시점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기한이 마무리되는 10월 초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실제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 여부를 지켜본 뒤 막판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공개매수가 위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 주가가 상승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가(66만원)보다 11.4%(7만5000원) 더 높다. 지난 6거래일 동안 38.4% 상승하며 지난 20일 7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1차 분수령은 24일이 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 종료일까지 열흘 이상 남으면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가를 올릴 수 있다. 24일 이후에는 공개매수 기간을 10일 연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고려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현재 MBK측은 공개매수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최근 거래량과 거래 주체를 감안했을 때 유의미하게 가격이 올랐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고려아연 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기관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가 45만원대 정도로, 현재 공개매수가격도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