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심리 저항선 1달러=150엔서 치열한 공방
by방성훈 기자
2023.10.23 09:21:59
美국채 10년물 5% 넘어서며 장기금리차 확대 우려↑
150선 넘보는 가운데 개입 경계로 달러 매도세도 꾸준
"작년 직접개입 때보다 금리차 확대…하방압력 지속"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달러·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 전후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장기금리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 엔화가치는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23일 블룸버그통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당 150.11엔까지 상승(엔화가치는 하락)했다. 이후 옵션 관련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오전 7시 12분 현재 다시 149.84엔대로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0일에도 달러당 150.0엔을 기록하는 등 이달 3일 약 1년 만에 150엔대에 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150엔선을 넘보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장중 5.001%까지 상승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2007년 7월 이후 16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달러매입·엔화매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오는 30~31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엔화 약세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BOJ는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수정 등을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지만, 금융완화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즉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장기금리 격차는 지속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21일 달러·엔 환율이 32년 만에 최고치인 150.9엔을 기록했을 당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2%, 미일 장기금리 격차는 4%포인트 미만이었다. 하지만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며 현재는 4.1%까지 벌어졌다.
다만 일본 금융당국이 150엔선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직접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해 9~10월 세 차례에 걸쳐 무려 약 9조 1000억엔(약 82조원)을 투입하며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미쓰비스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외환 전략가는 “지난해 직접개입에 대한 기억이 투자자의 뇌리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어 150엔선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 상승 압박이 일본 외환시장이 열렸을 때보다 해외시장이 활성화한 시간대에 더 강하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 말까지 달러·엔 환율 누적 상승률은 해외 시간대에 25%, 일본 시간대에 4%로 각각 집계됐다.
닛케이는 “주로 일본 심야 시간대에 150엔선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미일 장기금리 차이를 감안하면 엔화 약세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거래 시간대에 개입 경계가 쌓여도 해외 투자자들이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하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