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5년만에 파업 전운..정년연장 발목에 피크아웃 우려까지
by이다원 기자
2023.08.27 16:42:57
역대 최대 찬성률 기록한 현대차 노조
30일 파업 향방 앞두고 산업계 주목
쟁점 ‘정년연장’ 놓고 제조업 고민 커져
생산차질 점쳐져…하반기 실적 꺾이나
[이데일리 이다원 박민 기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난항을 겪던 현대자동차(현대차)가 5년 만에 총파업의 기로에 섰다. 특히 현대차 노사 대립의 핵심 쟁점으로 대두된 ‘정년 연장’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하반기 고물가·고금리 영향에 파업까지 더해질 경우 현대차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7일 현대차 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와 출범식을 열고 파업 향방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장 2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조정 중단 결정을 내릴 경우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 파업 권리를 갖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는 지난 25일 현대차 노조가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서 참여 인원 기준 91.7%로 찬성을 가결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투표에서 창립 이래 최초로 전자투표 방식을 채택하며 재적 인원(4만4538명) 대비 파업 찬성률 88.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조 측은 이를 “올해 임단협 투쟁 승리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열망을 나타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사 분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6월 임단협 교섭에 돌입하며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을 비롯해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 상여금 900% 지급, 각종 수당 인상·현실화 등과 함께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달라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노조와 추가 논의를 거쳐 올해 임금 합의안을 마련하겠지만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 현대차 노조가 23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쟁의(파업) 발생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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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현대차 노조는 ‘시니어 촉탁제’를 폐지하고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노조 요구로 마련된 이 제도는 정년 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신입사원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충원하는 것으로 정년 연장에 준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경영계에서는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 기업이 이를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산직 고령화 상황에서 마찬가지로 정년 연장을 임단협 쟁점으로 제시한 기아, 포스코 등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또한 생산 전동화 전환으로 필요한 생산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체가 전동화하는 과정에서 (생산직) 유휴 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차가 파업 기로에 서면서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인 판매량 증대 효과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던 현대차가 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까지 겪는 게 아니냔 것이다.
올 하반기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에 업계 내 선두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 실적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북미 지역 인센티브 확대로 인한 수익성 둔화, 전 세계적인 완성차 가격 하락 흐름에 따른 판가 하락 가능성을 점쳐 왔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게 아니냔 우려가 상존했다.
만일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발생할 경우 현대차 실적 역시 장기적으로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더해지게 된다. 업계는 지난 2018년 나흘간 이어진 총파업으로 현대차에 1만1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275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을 지적한다. 이전해인 2017년에는 24일간 총파업이 이어져 손실액이 2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누적으로 경기 침체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망이 좋지 않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회사와 노조가 서로 양보하며 교섭을 타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