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兆 수소 시장 잡아라"..GS·효성 등 대기업 앞다퉈 진출

by이연호 기자
2020.06.14 14:46:18

올 1월 '수소경제 육성 법' 통과 이후 사업 진출 더욱 속도
"수소경제 전 분야 성장 위한 거버넌스 구축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수소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관련 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2018년 건립한 울산 북구 경동 수소 충전소. (사진=효성그룹)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수소 관련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대기업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수소 산업은 지난 2013년 세계 첫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거의 주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여러 대기업들이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사업의 외연이 더욱 확장되는 모양새다.

최근 한화(000880)그룹은 미국 수소 트럭 업체인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총 1억 달러를 선제 투자한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는 상장 이후 7억5000만 달러(약 9023억 원)에 달한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니콜라의 수소충전소에 우선 공급할 권한을,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 소재의 주유소·LPG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구축한 이 수소충전소는 서울시내 민간부지에 처음 설치되는 수소충전소로 하루 약 70대의 수소전기차 완충이 가능하다.



효성(004800)그룹은 지난 4월 말 독일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 린데그룹과 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을 건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효성그룹은 이미 수소충전소 사업과 수소차 연료탱크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064350)은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전략에 맞춰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 충전 설비공급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함께 지난해부터 수소전기트램을 개발 중인 현대로템은 오는 2021년까지 성능시험 플랫폼 차량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영컨설팅 회사 매킨지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연 2조500억 달러(약 3000조 원)로 성장하고 3000만 개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한대의 자원이면서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도 대기업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 1월 국회에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하면서 대기업들의 의사결정 속도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허선경 산업연구원(KIET) 신산업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방위적으로 수소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주요국인 독일,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봤을 때도 정책 추진 의지가 중간 이상은 된다”며 “대기업의 관련 사업 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당장의 사업성보다는 장기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산업 활성화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허 연구원은 “수소경제 전 분야의 성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