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아수라' 고전신화 재해석… 투믹스 '싸움귀'

by김정유 기자
2017.12.23 17:28:31

불교 신화 싸움신 아수라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 웹툰
고전신화 세계관 재해석으로 배경 특색화 성공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특색있는 소재다. 장르는 액션으로 다른 판타지 액션물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지만 배경·주제가 색다르다. 최근 국내 웹툰이 좀 더 특색있고 희귀한 배경을 찾아가는 큰 방향성과도 맞물린다. 투믹스 ‘싸움귀’는 ‘팔부신중(八部神衆)’ 가운데 하나인 불교의 수호신, 아수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신화 속에서 4~8개의 팔을 지닌 모습으로 수미산 북쪽에 살며 제석천과 싸움을 영원히 계속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웹툰 싸움귀는 이 아수라를 전면에 내세워 고전 신화를 토대로 새로운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싸움귀의 첫 배경을 아귀들의 끊없는 싸움이 펼쳐지는 ‘초열지옥’으로 설정했다. 지옥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초열지옥에서 아수라는 최강으로 군림한다. 존재의 이유를 싸움속에서 찾는 아수라. 목적없는 싸움을 이어가던 아수라 앞에 어느 날 부처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존재가 등장한다. 그는 아수라를 농락하고 등에 붙은 팔(신화 속에서 묘사되는 제 2, 3의 팔)을 빼앗은 뒤 사천왕에게 맡긴다. 그리고 아수라의 힘을 뺏고 이승으로 보내버린다.

이승은 초열지옥의 반대인 냉한지옥 시대다. 냉한 아귀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아수라는 가까스로 사천왕의 심부름꾼인 담과 봄에 의해 구출된다. 아수라는 자신의 팔을 되찾기 위해 사천왕을 찾으러 간다. 이승으로 내쫓겼지만 여전히 싸움에 대한 욕구가 충만한 아수라는 눈앞의 싸움에만 급급하다 위기에 빠진다. 그들을 구한 것은 아수라와 같은 초열지옥의 아귀 ‘화리’였다.



아수라의 팔과 힘을 뺏고 이승으로 쫓아보내는 부처 형상의 수수께끼의 인물. (그림=투믹스)
화리는 다른 아귀들과 다르게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그는 어느 마을에서 한 노인과 아이를 냉한지옥의 냉기와 아귀들의 습격으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아수라 일행은 그의 도움으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번다. 아수라는 아이의 순수함과 노인의 자상함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간다. 영원히 죽지 않는 아귀가 생명의 한정성과 소중함을 배운다. 본능만 남은 아수라가 점차 이성을 깨우치면서 한층 성장한다. 아수라의 성장과 동시에 그가 왜 불가사의한 존재에 의해 힘을 잃고 이승에 떨어지게 됐는지 그 숨은 배경이 서서히 드러난다.

싸움귀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매우 매력적인 웹툰이다. 일반 독자들에게 익숙지 않은 고전 신화를 다뤄 흥미도를 높인다. 그간 서양 판타지물을 많이 있었지만 이같이 동양 색채가 짙은 판타지 액션물은 흔치 않았던 탓이다. 액션물인 만큼 캐릭터들의 액션 컷도 상당히 역동적이다. 특색있는 배경과 세련된 액션이 더해지며 소년 만화의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싸움귀를 그린 한돌 작가는 애니메이션 학과 출신으로 포털 도전만화로 데뷔했다. 전작인 ‘포갓레인저’로 액션 웹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싸움귀 12화는 대사 없이 오로지 작화만으로 스크롤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과 같은 연속성을 연출했다. 싸움귀는 투믹스에서 10일 단위로 연재되며 현재 36화로 시즌1이 완결됐다.

이승에서 만난 초열지옥의 아귀 ‘화리’와의 결전. (그림=투믹스)